[임의진의 시편 읽기]

 ⓒ임의진
하느님, 나를 지켜주소서. 이 몸은 당신께로 피합니다.
야훼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이십니다."
이 땅에 있는 거룩하다는 신들,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자들에게 저주를 내리소서.
다른 신을 따르는 자들은 실컷 고생이나 시키소서. 그 우상들에게 피를 쏟아 바치다니, 망측합니다. 그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망측합니다.

야훼여! 당신은 내가 받을 분깃, 내가 마실 잔, 나의 몫은 당신 홀로 간직하고 계십니다.
당신께서 나에게 떼어주신 기름진 땅 흡족하게 마음에 듭니다.
좋은 생각 주시는 야훼님 찬미하오니 밤에도 좋은 생각 반짝입니다.
야훼여, 언제나 내 앞에 모시오니 내 옆에 당신 계시면 흔들릴 것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이 마음 이 넋이 기쁘고 즐거워 육신마저 걱정 없이 사오리다.
어찌 이 목숨을 지하에 버려두시며 당신만 사모하는 이 몸을 어찌 썩게 버려두시리이까?
삶의 길을 몸소 가르쳐주시니 당신 모시고 흡족할 기꺼움이,
당신 오른편에서 누릴 즐거움이 영원합니다
.       (시편 16장)


여기서 말한 다른 신들이란 연민이 제거된 욕심꾸러기 자본가들, 권력자들, 그들의 죄를 용인해주는 한편 민중을 압제하는데 사용하는 지배이데올로기, 지배 종교다. 바알이란 물댄 자, 물꼬를 틀어 쥔 자라는 뜻으로 지주를 가리킨다. 그 다른 신에게 피를 바치는 제사란, 민중의 노동과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을 말함이다. 그 허망한 종속은 인간 심성을 철저히 파멸시키고 기계적 세상의 일개 부품으로 전락시킨다.

지난 15장에서 정의(찻딕)를 실천하는 자만이 거룩한 산에 들 수 있다 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도 말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일할 땅을 주고 일할 직장을 주는 것이 정의다.
시편의 기쁨(사마흐)은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렷다. ‘눈물로 씨를 뿌리던 이들이 기뻐하며(린나) 추수하리라’는 말씀도 그렇지만, 기쁨은 추수와 관련이 깊다. 땅이 없는 기쁨은 존재할 수 없다. 기쁨이란 단어가 구약에 91번이 나오는데 시편에 무려 42번이나 쓰였다.

주께서 나에게 떼어주신 기름진 땅! 땅이란 히브리어로 아다마라 한다. ‘붉다’라는 형용사 아돔에서 나왔고, 사람이라는 뜻의 아담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붉은 땅을 가지는 일이야 말로 사람의 가장 근본 된 기쁨이다. 땅은 목숨이다. 땅에서 나온 소산으로 목숨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일과 고기와 나무의 뿌리인 붉은 땅...

그대는 주어진 모든 땅의 주인이다. 등기권리증을 갖는 땅만이 자기 땅인가? 우리는 대지에 이미 발을 딛고 서 있다. 기어 자기 것이라 우기며 울타리를 친 저 흉악스러운 자들의 사유지엔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까짓것 가지라고 주어버리면 된다. 우리 곁엔 아직 울타리가 날 세워 서있지 않는 빈 땅이 많다. 왜 땅이 없다고 하는가. 왜 주님이 그대를 챙겨주지 않는다며 투정부리는가. 분단의 삼팔선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왜 이다지도 적단 말인가. 주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넘나드는 사람은 왜 이렇게 드문가 말이다.

“이미 잡힌 물고기를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켜진 촛불을 켜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탄생한 생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불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벌써 주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예수 그 낯선 분> (조셉 돈더즈, 분도출판사) 중에서

우리는 파스카의 축제를 날마다 즐겨야 한다. 어둡게 발작하며 고통으로 탄식하는 사순주기를 지킴이 과연 우수한 신앙인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기쁨에 찬 환호를 지르며 이미 우리 가운데 주어진 부활, 구원, 친구, 기름진 땅, 자유, 통일, 평화에 대해서 감격하고 감사하는데 온통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왜 이미 주어진 것을 의심하며 아니라 거절하는가.

촛농의 뜨거움처럼 그대 살갗으로 툭 떨어진, 뜨거운 한 목숨을 그대는 왜 울면서, 아파하며 지새는가. 눈물을 어서 거두어라, 자매 형제여. 삼엽충 암모나이트로 봉인된 그대의 영혼, 그대의 자유가 부디 날개 짓 치기를... 기쁨으로 맞는 봄날이기를... 

 
 

임의진 (시인)
남녘교회 담임 목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위원이다. 펴낸 책으로 <참꽃 피는 마을>, <예수 동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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