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그림 에세이]

 
지난 주 월요일(11일)에 삼척에 다녀왔어요.
삼척에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와 삼보일배 행진이 있었거든요.

9시에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어요.
1시에 삼척에 도착해 점심식사 후 시청광장으로 갔더니
이미 많은 삼척시민이 모여 있었지요.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미사가 봉헌되었어요.
그 거리에서, 마음은 절로 경건해졌어요.

미사 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삼보일배 행진이 시작되었죠.
신부님, 수녀님, 시민 40여분이 앞서서 삼보일배를 하고
저희들은 뒤에서 따라가며 구호를 외쳤어요.
"핵발전소 결사반대"
"주민투표 실시하라"

지금 삼척에서는 지자체장이 나서서 위험한 핵발전소를 유치하려 한대요.
유치하면 잘살게 된다며 주민들을 회유한다나 봐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원전 주변 마을이 잘사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더 낙후되고 소외된다는 인상만 받았거든요.

삼척에서는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반대의사를 드러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시위 현장에도 나오지 못한다나봐요.

그런데 그날, 지나가는 차안에서 많은 분이 손을 흔들어주셨어요.
그렇게나마 응원을 하시는 거겠지요.

삼보일배
저는 그저 따라가기만 하는데도 마음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그 간절함으로 삼척에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삼보일배가 끝난 후 대책위 사무실에서 다과회가 있었어요
저희는 갈 길이 바빠 잠시 들렀다 서둘러 나왔는데
빵과 김밥 과일을 한보따리 싸주셨어요.
삼척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는데,
길고 고단한 싸움을 이어갈 남은 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삼척을 지키기 위해 핵발전소반대위를 이끄시는 박홍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신부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삼척핵발전소백지화 되는 날 우리 모두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죠?

 

   
 

윤병우(화가). 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다 .
4대강답사를 처음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탈핵,송전탑, 비정규직,정신대할머니 등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현장을 다니며 느낀 것과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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