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사건,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의견 물어

국방부가 2013년 군종장교 선발 면접에서 광주대교구와 대구대교구, 안동교구 소속의 천주교 군종 사제 지원자 3명을 탈락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군종사제 탈락 소식을 접한 이들은 “사목자의 역할과 관련 없는 정치적 질문으로 사상검증을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천주교 군종사제는 군대 사목을 위해 일시적으로 군대에 파견되었다가 다시 소속 교구로 복귀하기 때문에 군인이 아닌 사제 신분이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천주교 군종교구는 군종사제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한다.

“일반 교구 사제들 중 교구장에 의해 선발돼 군종신부로 파견된 이들이다. 장병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직접 방문해 사목하며, 전 장병들을 대상으로 훌륭한 가치관을 지니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인격지도교육)한다. 또한 그들이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 주기위해 사고예방 교육은 물론 예비자 교리를 통하여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로 탄생할 수 있도록 복음 선교 활동을 진행한다.”

천주교 군종사제들은 장병들을 위한 정서적, 종교적 업무를 전담한다. 지난 1월 31일에 이뤄진 군종장교 면접에서 면접관은 이들 사제들에게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의 일방적 공격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하나님의 뜻일 수 있는데,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전에 이뤄진 면접에서 시국 사건에 대한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군종 사목 지원 이유나 계획’, ‘군종 사목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두 주제의 비중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당락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탈락자 중 두 신부에게 면접 과정과 질의응답 내용을 확인했다.

우선 면접이 있기 전 모든 응시자는 서면 질의서를 작성했다. 질문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입장’과 ‘군종 생활에 대한 생각과 사목 계획’ 등 세 가지였다. 답변서를 제출한 후, 9명의 지원자들은 각각 5명, 4명으로 나뉘어 면접에 임했다. 탈락한 3명은 먼저 면접을 봤던 5명에 포함된다.

“연평도 포격은 북한의 도발로 일어난 사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제들, “어느 한 편에 치우친 판단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 피력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질문]

면접관 질문 :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의 도발로 일어난 사건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변 :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 50년을 지내면서 지속된 응어리가 있다. 대북 정책에서도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본다. 당시에 미군과 합동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이 피력했고 우리도 조심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질문 : 그렇다면 남한의 잘못이라는 것인가

답변 : 남한의 잘못이라거나 북한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그 사건도 상호간 관계로 빚어진 문제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건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제 입장에서 어느 한 편에 치우친 판단을 하기 어렵다. 군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국민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가 우선이라고 본다.

질문 : (남한의) 군 행정과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답변 : 당시 뉴스에 보도됐던 레이더 고장, 비상체계들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 당시 현장을 방문한 한 국회의원의 획기적 발언 등을 보면 (국가 안보 시스템이)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입장에서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질문]

질문 :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하나님의 뜻일지도 모르는데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변 : 국가정책이 필요하면 국가정책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의무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와 다른 시민사회 단체들이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가톨릭 교회 주교님들도 같은 입장이다. 해군기지가 필요하면 지어야 한다. 그러나 자연유산을 폐기하고 강정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지어야 하는가? 질문대로라면 국가정책이 하느님의 뜻일 수도 있지만, 잘못된 과정으로 사람들이 아파하는데 그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이겠나?

질문 : 다른 신부님들도 같은 생각인가. 신부님들은 답변 내용이 다 같다

답변 : 우리는 같은 것을 배우고 믿는 신부다. 어떤 것보다 하느님과 교회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념적인 질문들이 사목을 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질문 : 만약 군이나 정부의 입장이 개인적인 견해와 다를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답변 : 나와 다른 입장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내세우지도 않을 것이고, 내 의견을 (사병들에게)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당시 함께 면접에 참여했던 B 신부는 이같은 면접 내용과 탈락이라는 결과에 대해 “재미있는 사건이다. 그와 같은 답변 때문에 군종으로 나갈 수 없다면 미련은 없다. 다시 한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 신부는 “우리가 답변했던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들”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다른 종단과 달리 이미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이고 군 복무가 아닌 사목을 하기 위해 지원한 것이다. 군 시스템을 이해하지만, 우리의 역할에 맞는 질문을 했어야지, 그런 이념적인 질문을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면접관들이 이들의 답변 내용을 불편하게 여겼다는 정황 중 하나는 뒤이은 4명의 면접 이후, “앞 팀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고 말한 것이다. B 신부는 “다른 신부들 면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빨리 끝났고, 면접관이 앞 팀과 비교하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탈락의 이유가 괘씸죄가 아니겠느냐고 짐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군종 신부, “이전과 분명히 달라진 면접, 특정 교구 사제에게 질문 집중된 것도 문제”
“군인으로서 안보의식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중립 역시 필요”

현재 군 사목을 하고 있는 군종교구 소속 한 신부는 “이번 면접이 이전의 면접 분위기와 매우 달랐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민감한 사항에 대한 질문이 특정 교구 사제에게 집중된 것도 의아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상황을 두고 오래전부터 군 사목을 해온 한 신부는 그나마 군종장교들 중에서 목소리를 내던 천주교 사제들까지 단순한 군인의 역할에 머무르도록 하려는 일종의 길들이기가 아니냐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 신부는 “군 사목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안보의식에 대한 검증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군종 사제도 일차적으로 사제다. 사제는 교회의 가르침과 교구장 주교의 사목 방침에 따라 파견, 사목을 수행하는 존재다. 무엇보다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각자의 양심에 따라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어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안보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군인의 입장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면서, “교회가 선택하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제들이 안보의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 군 사목에 파견하겠나? 나 역시 정확한 사실관계를 중시하면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되도록 발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한 교구 신부는 “군종 사제들은 장병들과 함께 살면서 그동안 배우고 믿어온 것을 가르치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사제가 스스로 믿고 가르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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