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그림 에세이]

 
엊그제 토요일에
시청광장에 다녀왔어요.
후쿠시마 2주년 추모행사가 있었거든요.
비록 이웃나라 일이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을 기억해야 하니까요.
우리는 핵발전을 당장 중단하라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노래공연도 하고 피켓을 들고 시가행진도 했어요.

그리고 제단에 꽃 한 송이 씩 바쳤지요
느닷없이 닥쳐온 불행에 혼비백산하며 영문도 모르고 돌아갔을
넋들을 위해서요.
아니 그보다는 이 꽃이
우리들 어리석음을 장사지내고 바치는 조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고가 난 지 2년이 되었지만
후쿠시마는 여전히 죽음의 땅인 채이고
후쿠시마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 땅에서 난민이 되어
정처없이 떠돌고 있대요.

3.11을 맞은 일본은
후쿠시마를 제물로 바치고 얻은 전기로
유령의 땅이 되어버린 텅 빈 마을을 보여주겠죠?
화면 멀리 어쩌면 쾡한 눈의 들고양이 한 마리쯤은 지나갈까요?
그런데 후쿠시마 사람들의 텅 빈 마음은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윤병우(화가). 공은 국문학이지만 20여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다 .
4대강답사를 처음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탈핵,송전탑, 비정규직,정신대할머니 등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현장을 다니며 느낀 것과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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