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아이들이 까사미아에서 서로 주먹을 날리는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 힘겨루기가 암암리에 진행되어 긴장관계가 조성되곤 하지요. 어카(어린이카페 준말)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갈등상황이 연출됩니다. 어른들이 익숙한 일상의 공간은 물론 낯설게 여겨지는 공공 공간에서 시시때때로 연출하는 이런 물리적인 힘겨루기 바이러스에 어린이와 청소년도 자연스럽게 감염되고 있습니다.

▲ 아저씨와 아줌마가 몇 년 전 '상동성당 교리교사 교육'을 진행했었는데, 그 때 참여한 교리교사들이 가족과 함께 까사미아에 마실 나왔습니다./사진 김용길 기자

가끔 일어나는 대결 상황은 같은 성(性)끼리만이 아니라 다른 성(性)끼리도 일어납니다. 한 번은 초딩4 남자 어린이와 여자 어린이가 맞붙었습니다. 큘라 아줌마가 주방에서 큘로 아저씨를 돕고 있었는데 독서방 입구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친 말이 오고가는 것이 들렸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곳으로 달려갔지요.

까사미아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 장난이든 진짜 싸움이던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면 충돌 당사자들에게 눈에는 보이지는 않는 투명 카드를 발급합니다. 첫 번째는 옐로우 카드, 또 반복하면 레드 카드를 말입니다. 레드 카드를 받으면 해당 어린이, 청소년들은 5분, 그 이상(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그때 마다 다름) 잠시 밖으로 퇴장해야 합니다. 정도가 너무 심하면 그 날은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큘라 아줌마는 두 아이를 데리고 공부방으로 갔습니다. 공부방은 싸운 아이들이 화해하는 장소로도 활용됩니다. 이유야 어쩌든 주먹이 오고 갔으니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게 하고, 서로 화해하도록 유도합니다. 의자 두 개를 서로 마주보고 놓고 앉게 했습니다. 분이 안 풀린 현과 정. 두 아이는 서로를 향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고, 입으로는 화산불의 열기를 활활 뿜어냈습니다.

“너희에게 시간을 주겠다. 싸운 것에 반성하는 시간이다. 5분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 아줌마가 잠시 이 방을 나가 있는 사이에 또다시 다투면 주방에서 그 소리가 다 들리니 알아서 해라.”하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2분 후에 다시 그 자리에 갔습니다. 아직도 냉전 중인 두 아이.
“까사미아에서 싸우면 퇴장이라는 거 알고 있지?”
“이제는 화해하는 시간이다. 서로 미안하다고 했으면 한다.”

너무도 곤란한 이 순간과 장소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고개를 푹 숙인 체 마지못해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미안해!”라고 했습니다. 대충 봉합하고 물러날 큘라 아줌마가 아니지요.

“근데, 서로 말을 할 때 더군다나 사과할 때는 서로 눈을 마주 보고 해야 하는데 말이야.”
울며 겨자 먹기로 두 아이는 아직도 독기가 가시지 않는 눈을 치켜 뜨고 ‘미안해!’ 라고 겨우 두 입술을 움직였습니다. 기회는 이때. “화해한 김에 악수도 해야 쥥!” 이 마당에 악수까지..’라니, ‘헐...~’하는 두 아이의 표정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아줌마는 두 아이의 손을 잡아당겨 악수를 시켰습니다. “이제 서로 화해했으니 제 자리로 가세요!”

한편, 현과 정이 맞장 뜨던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은 아줌마가 어떻게 혼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공부방 주위를 맴돌고 난리가 났습니다. 수시로 그 언저리에 머물며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굴리고 틈만 나면 얼굴을 들이밀어서 아줌마가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너희들, 다 독서방으로 가라~잉!”

▲ 까사미아의 초딩5 악동들이 화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소나타 연주와 개그콘서트를 열었습니다./사진 김용길 기자

화해 절차가 끝나자 정은 독서방에 기다리던 친구 곁으로 갔고, 현은 아직도 분이 다 안 풀려 독서방 입구에 놓인 피아노 앞에 있는 원형 의자 끝에 엉덩이를 걸친 체 고개를 푹 숙이고 씩씩댔습니다. 이때부터 5학년 악동들의 친구 웃기기 개그가 시작되었습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이가 화난 친구를 위해 위로의 소나타를 연주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평상시에는 장난이 너무 심해서 아줌마와 아저씨의 진을 빼는 아이들이 그날만큼은 정말로 진지하게 화난 친구를 위로했습니다. 싸워서 야단맞은 친구와 한 의자에 등을 맞대고 앉아 소나타를 연주하는 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친구를 달래고자 자신의 얼굴을 바로 코 앞에 들이밀며 “화 풀어!”하며 온갖 애교를 떠는 주. 늘상 아줌마에게 딴죽을 거는 주 녀석이 글쎄 그렇게 애교 만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줌마와 아저씨는 세 악동의 코믹한 친구 달래기를 보면서 세 아이에게 그만 뽕~ 반해버렸습니다.

까사미아의 하루는 참으로 버라이어티 합니다. 햇살이 짱짱했는데 바로 천둥이 치고, 벼락이 내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짠하고 태양이 떠오릅니다. 비록 억지에 가까운 화해작전이었지만 그 격한 순간을 잘 보내고 코믹한 친구들 덕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래서 키다리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는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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