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 안에서는 조사무용론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었다. 낮은 조사비용과 전문성이 결여된 조사방법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조사는 조사대로 하고 실천은 조사와 별개로 진행되는 ‘조사따로 실천따로’의 교회 사목관행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신학연구소는 보고서만 남는 조사연구를 지양하고 있다. 가능하면 조사연구의 진행과정을 통해 양성된 사람이 나오도록 하고, 과정 자체가 양성 프로그램의 성격을 갖도록 처음부터 기획하는 이유다.

지난 11월 28일(금) 오후 4시 합정동에 위치한 꾸르실료 회관에서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주관으로 “한국 천주교 신자교육 실태조사 연구보고회”가 열렸다. 이 보고회는 주교회의 평신도 사도직위원회가 2007년에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산하의 사회사도직연구소에 의뢰하여 실시한 ‘한국 천주교 신자교육 실태 조사 연구’에 관한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보고회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주보를 통해 본 평신도 교육실태는 최근 7년간의 교구 ‘주보에 나타난 교육현황에 대한 분석’이고 두 번째로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별 교육실태 분석’이다. 세 번째로는 ‘설문조사를 통해 본 평신도 교육실태 분석’, 마지막으로 ‘평신도 성인교육의 개선을 위한 <교육편람>의 제안’을 중심으로 평신도 교육에 대한 문제점 개선방안과 제안을 다루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이 ‘주보에 나타난 교육현황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 한계를 갖는다. 주보공지를 통하지 않는 교육은 제외되는 문제점, 주보를 통한 교육현황 분석은 교육빈도 외에 구체적인 교육내용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다는 점 등이다. 이런 연유로 주보 분석은 교육분류에 따른 교구별 교육빈도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 한편 ’평신도 사도직 단체별 교육실태 분석‘은 조사에 응한 단체 수가 턱없이 적고 조사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실태조사의 의미가 반감되고, 몇몇 단체들의 교육경향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전국의 신자 3,100명이 응답한 신자교육 설문조사는 3,100명을 조사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노력에 비해 이전 전국 조사에서 모두 얻을 수 있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항목들이 조사됐다. 조사결과도 당연히 특이사항 없음이다. 전반적으로 진행된 세 영역의 조사가 이렇듯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니 결과로 제안된 <교육편람> 제안도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이 <교육편람>은 오스트리아 그랏츠 교구에서 작성한 교육편람 양식을 참조하였는데, 성인교육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조사에서 보인 전국 사도직 단체들의 협조 정도를 고려할 때 향후 <교육편람> 작성을 위한 본당 교육실태 조사에 더 협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연구자들의 생각과 달리 일선 본당에서는 조사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자양성의 문제는 효율적 관리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예수의 복음을 살지 않는 교회 현실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평소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이 다르다는 체험을 우리는 자주 한다. 머리로 안 지식이 내려가서 가슴을 점령하면 손과 발로 가게 된다. 아는 대로, 가르침을 받은 대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흔히들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나면 ‘교육효과가 얼마나 있나?’라는 의문들을 갖는다. 여기서 교육효과의 기준은 교육을 통해 신자들의 삶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신자양성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목적을 먼저 살피고 구체적 방법을 고민할 때 보다 창조적 방법과 제안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동현/  안드레아, 우리신학 배움터 울림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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