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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위에 잠자는 자, 평생 당하고만 산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인천교구 노동사목 공동기획]
사회초년생에게 노동권의 날개를 달아주자 ④노동권 침해에 대응하기

19세기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 1818~1892)이라는 독일의 법학자는 <권리를 위한 투쟁>이란 저서에서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참으로 지당하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소위 ‘낀 세대’ 중의 ‘낀 세대’인 요즘의 사회 초년생 노동자들의 현실 앞에서는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선뜻 꺼내기가 내키지 않을 것이다. 아주 짧게는 6년, 길게는 20년에 가까운 학창시절의 터널을 통과한 뒤 청년 실업 100만 명 시대에 그래도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 아침부터 밤까지 죽어라 일하는 것만으로도 다들 벅찰 텐데, 적어도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권리 정도는 제대로 보장해주고 일한 만큼 월급은 알아서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닐까? 설사 그가 권리 위에서 아주 깊이 잠들어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이라는 밀림은 사회 초년생 노동자들이 그냥 편하게 잠들어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몇 달 째 임금이 밀려도 “사업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오히려 당당한 사장님과(사장님 나빠요 ㅠ.ㅠ) 분명히 12시간을 일했는데 돌아오는 월급은 기본 근무시간인 8시간으로 쥐어주는 회사에다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이제 집에서 푹 쉬세요”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원치 않는 휴식을 강요하는(그것도 구두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업무의 종류를 불문하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19세기 법학자의 말을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권리 위에서 잠만 자다가는 평생 당하고 살겠구나.”

그렇다면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에 개별 노동자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오랫동안 노동자들을 직접 상담하고 지원해온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의 활동가 백영주, 이로사 씨를 만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 인천교구 노동사목부 ⓒ한수진 기자

노동 상담 30년, 인천교구 노동사목에 듣는다

인천에서 노동사목 활동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로, “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외치며 제 몸을 불사른 청년 전태일의 죽음이 있은 후 부평 지역의 평신도, 사제, 수도자가 노동자들과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이룬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1982년에 부천 도당동에서도 노동사목 활동이 시작되었고,  2003년에는 주안에 노동자센터가 만들어졌다. 작년부터는 변화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천지역 세 곳의 노동사목이 합쳐져 하나의 인천교구 노동사목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지역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이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온 인천교구 노동사목 사무실에는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과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십대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부터 텔레마케터, 택배 배송 기사, 사무직 노동자 할 것 없이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노동자들의 각자의 사연을 품에 안고 노동사목의 문을 두드린다.

일단 상담 신청이 들어오면 활동가와 당사자가 면담을 해서 상담 내용이 노동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가끔 본인은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고용형태나 사업장 규모 등에 비춰볼 때 법적인 구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백영주 씨는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야간 연장근로수당을 줄 의무가 없고 해고도 자유로워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 ‘(임금을) 대충 주거나 떼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런 회사에서는 노동자가 제 권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괜히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회사에 ‘찍혀서’ 각종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고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사 씨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리 침해 사안에 따라 신고기관 나뉘어
해당 기관에 방문 또는 우편 · 팩스 · 온라인으로 접수

한편, 구제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권리 침해 사안에 따라 신고기관이 나뉜다.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위반은 ‘고용노동부 지청’, 해고와 성차별, 부당노동행위, 비정규직 차별 등은 노동문제 재판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지방 노동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해당 기관에 직접 찾아가거나 우편, 팩스로 민원을 접수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 접수도 가능하다.

물론 임금체불은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다 소송비용도 발생한다. 그에 비해 고용노동부에 제소하는 데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진정을 접수한 날부터 25일 안에 지급 지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부당해고의 경우는 법정 소송에 맞먹을 정도의 소장을 작성해야 하는데다 사안마다 대응을 달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노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백영주 씨는 조언한다.

그러나 흔히 그렇듯 제도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체불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일반적으로 체불 금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로사 씨는 “경제사범은 범죄자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벌칙 조항이 약해 사용자들이 버티면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이외의 근로기준법 위반사항들은 현실적으로 일일이 다 신고하기가 어렵다. 초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들이 흔하고 취업규칙과 근로기준법을 의무적으로 게시하게 되어 있는 조항은 아예 지키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신고를 해도 단순시정조치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내 임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듯 노동자가 자신이 당한 부당한 처우를 시정하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벽을 넘어야만 한다. 게다가 상사나 선배가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시킨다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가한다든지 하는 식의 횡포에 대해서는 국가기관이나 제도의 힘을 빌려서 시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참고 견디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인천교구 노동사목 활동가들은 무엇보다도 당사자의 용기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노동조합이 있어서 개별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영주 씨는 지역의 노동조합이나 단체에서 여는 기초 노동법 강의를 듣거나 근로기준법을 구해서 한번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근로기준법만 차근히 읽어도 도대체 나의 권리가 무엇이고 내가 일하는 직장이 어떤 기준과 원칙을 위반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사 씨는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해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챙겨준 인천교구 노동사목 소식지 표지 한가운데 박힌 다섯 글자가 활동가들이 사회 초년생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했다. “두려워 마라.”

인천교구 노동사목 노동 상담
홈페이지: cafe.daum.net/cainnodong
전화: 032)502-3006, 032)679-1308, 032)865-6792

그 밖에 노동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cafe.daum.net/alabor 전화: 02)735-0262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홈페이지: seoul.nodong.org/consult 전화: 02)2269-0947~8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www.moel.go.kr/ 전화: (국번없이) 1350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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