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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알면 약 모르면 병[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인천교구노동사목 공동기획]
사회초년생에게 노동권의 날개를 달아주자 ③근로기준법 완전정복

40년 전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봉제사로 일하던 22살 청년 전태일은 풀빵을 사 들고 자신보다 어린 여공들의 일터를 찾아갔다. 마이신을 먹고 밥을 굶으면서까지 재봉틀을 돌려도 가난해지기만 하는 그들에게 전태일은 ‘세상에는 근로기준법이라는 게 있다’고 알려줬다. 다만 그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전태일이 떠난 후 세상은 그 때와 비교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근로기준법의 시간만큼은 그대로 멈춰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던 전태일의 외침이 무색할 만큼 근로기준법은 ‘존재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법’, ‘보호받아야 할 당사자들이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법’으로 남아있다.

근로기준법은 말 그대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한 법률이다. ‘법률’이라는 단어에 위압감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두껍고 딱딱한 표지를 달 정도로 무게가 나가는 책은 아니다. A4용지 17쪽에 불과한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을 넘을 수 없는지, 추가근무에 대한 수당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휴가는 며칠이 주어져야 하는지,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등 노동자가 직장에 취직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알면 약이요, 모르면 병이 될 수 있는 기초생활상식과도 같은 정보다. 눈 뜨면 코 베어 가는 냉혹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햇병아리 노동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부디 이 땅의 사회초년생들이 근로기준법을 읽을 1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근로기준법의 깨알 같은 엑기스를 간추렸다.

   
 ⓒ한수진 기자
▲3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나요?

근로기준법은 5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체에 적용된다. 직원이 4명 이하인 직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만 적용되는데, 해고의 제한이 없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으며 연차 유급휴가가 없는 등 노동자의 권리가 축소된다. 소규모 사업장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이 때문에 작은 규모의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에 노동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노동자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 하나요? 말로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입사가 결정되면 노동자와 회사는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의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한 부 씩 나눠 갖는다. 진급이나 연봉 재협상 등으로 근로조건이 변경되었다면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한다. 만약 근로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면 그 부분은 무효다. 근로계약서는 직장생활 중 발생한 노동권 침해 사실을 증명할 때에 증거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으니 꼼꼼하게 확인하고 보관해야 한다.
 

▲회사의 수주 물량이 줄어 휴업을 하면 월급을 못 받는 건가요?

회사의 귀책사유로 휴업을 하는 경우 노동자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수당으로 받아야 한다. 다만,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기본급과 고정수당의 1일 평균치)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매일 2시간 이상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이래도 되는 건가요?

근로시간은 1주일에 40시간, 1일에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노동자와 회사의 합의 하에 1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하면 추가로 노동한 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월차를 쓸 수 있나요?

회사에 1년간 근무 일수 중 80% 이상을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일한 지 1년이 안 된 노동자나 80% 미만을 출근한 노동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규정에 따른 휴가는 1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해고가 된 건가요?

해고를 할 때에는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30일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징벌을 내릴 수 없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지라도 회사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거나 공정하지 않게 해고 대상자가 선정되었다면 ‘부당해고’에 속한다.

만약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행 기간까지 지시사항을 지키지 않은 회사에는 2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임신 중에 유산을 해도 휴가를 받을 수 있나요?

임신 중인 여성이 유산 또는 사산을 한 경우에도 유산 · 사산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출산 전과 출산 후에는 총 90일의 출산전후휴가가 주어지는데 출산 후 휴가가 45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출산전후휴가 90일 중 최초 60일은 급여가 지급된다. 또 회사는 여성 노동자가 임신 중에 임산부 정기건강진단을 받는데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한편, 여성 노동자는 월 1일의 생리휴가를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한 회사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성 노동자들이 생리휴가의 ‘생’자도 꺼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도 추가근무수당과 연차 휴가를 받을 수 있나요?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와 파견노동자는 근로계약의 기간이 정해져있거나 고용 형태가 다를 뿐이지 정규직과 똑같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비정규직도 추가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또 정규직과 같은 조건으로 주휴, 연차휴가, 산전후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1년 이상 근무를 했다면 육아휴직도 사용할 수 있다.

* 근로기준법 전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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