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기독교와 성적 소수자 문제로 토론회 열어

 

지난 11월 22일 토요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은 서강대학교 인문관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꿈꾸며”를 주제로 LGBT 인권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이명박 정부의 사회공공성 후퇴 정책과 LGBT 삶의 질”을 주제로 오전에 전체 모임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기독교와 성소수자 문제, 트렌스젠더 문제, 성소수자 대안미디어 모색, 성소수자와 성폭력 문제 등 4개의 주제로 주제별 토론을 진행한 후 전체 토론을 진행하였다. 이중 특히 기독교와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기독교와 성적 소수자” 주제별 모임은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이하 차세기연)에서 주관하여 진행하였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적대행위들

 차세기연이 진행한 ‘기독교와 성소수자’ 섹션은 향린교회 유신애, 노은아 활동가의 노래 나눔과 차세기연이 그동안 진행해 온 활동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시작했다. 첫 발표에서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은 가톨릭교회, 특히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그동안 내놓은 동성애 관련 문헌의 내용을 소개하였다.

가장 핵심이 되는 “동성애자 사목에 관하여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1986년)에 따르면 가톨릭교회는 동성애자의 특수한 성향은 죄가 아니지만, 동성애 행위는 죄이므로 그 성향을 정결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가 동성애자들을 위해 사목활동을 하는 것은 보편 인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동성애를 용납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지역주교들과 가톨릭 정치인들에게 관련 입법을 막는 활동을 요구하는 지침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교회의 동성애에 관한 가르침의 근거가 근본주의적 성서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태생적인 동성애 성향을 인정하면서도 윤리신학적으로 크게 단죄하는 모순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임을 소개하였다. 발표 후 한 참석자는 disorder를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 ‘장애’로 번역하는 것과 달리 동성애에 관한 문헌의 한국어 번역본에서 동성애를 ‘객관적 무질서’(an objective disorder)로 번역한 점을 지적하며, 동성애를 더욱 폄훼하는 번역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어진 발표에서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동성애’로 석사논문을 썼던 고상균 나섬교회 전도사는 현재 한국 사회 안에서 드러나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이 기독교 근본주의의 입장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였다. 발표자는 최근 한 대학에서 성소수자 동아리의 행사 현수막을 근본주의 기독교 동아리 학생이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가해 동아리는 사과를 거부하고 차라리 동아리 제명이라는 순교(?)를 택한 사례도 있었음을 소개했다.

또한 미국 남부 지역에서 2005년 상반기에만 40명이 넘는 시민이 동성애자이거나 혹은 동성애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화형, 십자가형에 처해졌다는 현실도 소개했다. 발표자는 성소수자의 권리는커녕 기본적인 인격마저도 무시하는 적대행위의 바탕에 기독교 근본주의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짚어가며, 노아의 홍수사건에서 언약의 징표로 제시했던 무지개가 다양한 삶이 함께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상징임을 주장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3040대 레즈비언모임 ‘그루터기’의 크리스는 해외 동성애 인권운동의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미국에 있는 국제 게이 및 레즈비언 인권위원회(IGLHRC)는 매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선 이들을 뽑아 상을 수여하는데, 올해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투투(Desmond Tutu) 성공회 대주교가 동성애자 인권 옹호한 노력으로 OUTSPOKEN Award 수상자로 뽑혔다고 소개하였다.

성소수자의 신앙생활, 거룩한 배짱

마지막 토론에서는 실제 성소수자이며 개신교 신자인 지나 씨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개인사정으로 인해 발제문으로 대신한 자료에서 지나 씨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거룩한 배짱'이라고 표현하였다. 지나 씨는 30대 중반까지 교회에서 동성애를 죄악시 하는 말씀을 듣는 날이면 밤새 울면서 끙끙 앓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성소수자 신앙인들을 만나서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어 교회 안에서도 당당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감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도, 목사님과 신자들이 자신과 파트너를 사이좋은 자매사이로 알지 동성커플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자들이 동성커플로 알게 된다 할지라도 무시하고 교회에 다닐 것이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교회에서 평범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나 씨는 자신들의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거룩한 습관을 뿌리내리려 하며, 하느님을 사랑하며 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일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차세기연의 도임방주 집행위원장은 차세기연 활동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 없이 대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타자이다보니 무의식 중에 그들을 다르게 생각하는 말과 생각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서 자기 고백을 했다. 또한 그는 차세기연 모임 안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2008년을 돌이키며 느낀 어려움들을 털어놨다. 우선 차세기연 모임이 실제 성소수자들은 차세기연 모임 안에 없고 그들을 옹호하는 입장인 이들만 있으니 활동에 한계가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차세기연 모임이 근본주의적인 신앙의 입장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보수교회를 비판하는 진보 운동인데 올해 모임을 진행하면서 만난 성소수자들은 오히려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가진 이들이 더 많다는데 놀라움과 벽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이런 어려움과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차세기연의 활동을 전개할지를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성소수자 중 가톨릭 신자의 비율 16.1%

이번 포럼에는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도 소개하였는데, 이중 2007년에 <한국 성소수자 사회의식조사> 자료집이 눈길을 끌었다. 성소수자들이 이용하는 웹사이트와 성소수자 관련 업소들을 찾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인데, 전체 응답자 387명 중 천주교 신자의 비율은 16.1%였다. 이는 2007년말 교세통계에 나타난 인구대비 천주교 신자비율 9.7%보다 훨씬 높다. 설문내용 중 신앙에 관련된 질문이 없어 이들이 현재 어떤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신앙과 관련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할 수 없지만, 가톨릭 교회의 울타리 안에도 성소수자들이 분명히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오늘 토론을 준비한 차세기연은 2007년말 정부에서 마련한 차별금지법안에서 금지 차별대상에서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적 지향, 학력’이라는 7개 항목의 사회적 소수자를 임의로 삭제한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개신교와 천주교의 개인과 단체들이 함께 연대하여 결성한 모임이다. 차별금지법안이 문제될 당시 7개 항목 중 특히 ‘성적지향’과 관련하여 보수 개신교 진영에서 근본주의적 성경해석을 근거로 정치권에 외압을 행사했던 것 때문에 차세기연은 2008년 관심사항을 ‘교계 내 동성애 혐오’ 경향에 두고 다뤄왔다. 이번 LGBT 인권 포럼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천주교에서는 우리신학연구소와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가 차세기연에 함께 하고 있다.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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