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속풀이]

예루살렘(히브리어 예루샬라임)은 이스라엘의 수도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형적으로는 지중해와 사해의 북쪽 끝 부분 유대 지역 산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또한 3개의 주요 종교, 즉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그리고 회교도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긴 역사만큼 예루살렘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국의 유대교 잡지인 <모멘트 메거진>(Moment Magazine, 2008년 6월호)에 따르면, 예루살렘은 2차례 완전히 파괴되었고, 23차례 포위되었으며, 52차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44차례 점령과 탈환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 예루살렘 시가지 전경
예루살렘의 뜻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예루’와 ‘살렘’으로 분리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경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빈츠(Stephen J. Binz)는 저서 <예루살렘, 거룩한 도성>(Jerusalem, the Holy City)에서 ‘예루’는 수메르어로 ‘토대’ ‘거주’ ‘지역’을 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 기록에 예루살렘은 두 번, “우루살리뭄”과 “루살리뭄”이라는 지명으로 등장하는데, 두 지명의 “우루” 또는 “루” 모두 “토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뿌리가 되는 ‘살렘’ 즉 ㅅ-ㄹ-ㅁ의 의미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성경학자들은 같은 뿌리를 둔 ‘평화’를 뜻하는 ‘샬롬’(שָׁלוֹם)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따라서 예루살렘은 결국 “평화의 도시”를 뜻합니다.

예루살렘이라는 지명이 가나안 토속신앙과 관련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구약 신학자이자 웁살라(Uppsala) 대학교 교수인 헬머 링그렌 (Helmer Ringgren) 등이 공동 편집한 <구약성경 신학사전>(Theological Dictionary of the Old Testament)에 따르면, 가나안 지역 셈족의 신들 가운데 하나로 태양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살렘 신”이 예루살렘과 관련이 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살렘신은 또한 건강과 번영,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신이기도 합니다.

▲ 히브리어 '샬롬'
예루살렘은 원래 ‘살렘’이라 불리웠습니다. 창세기는 아브람이 크도를라오메르와 그와 연합한 임금들을 물리치고 포로들과 함께 돌아올 때, “살렘 임금 멜키체덱도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창세 14, 18)고 전합니다. 이 대목이 예루살렘에 대한 성경의 첫 보도입니다.

창세기에서 전하듯, 예루살렘은 조그만 도시 국가였습니다. 그러다가 북부와 남부를 한데 묶은 통일왕국의 임금이 된 다윗 왕이 북부와 남부 사이에 있으면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예루살렘을 제국의 수도로 정하면서(2사무 5,6-10)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로 변모하게 됩니다.

예루살렘이 종교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된 계기 역시 다윗 왕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일치시키는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깁니다(2사무 6,1-23). 또한 다윗 왕의 아들인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함으로써, 예루살렘은 명실 공히 이스라엘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도 예루살렘은 중요한 장소입니다. 예수께서 이곳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졌고, 부활 승천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캠브리지 대학교 콜린 험프리스(Colin J. Humphreys) 교수의 저서 <최후의 만찬의 신비>(The Mystery of the Last Supper)에 따르면, 300년경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성녀가 예루살렘을 예수의 생애를 기념하는 성지로 선포했다고 합니다.

또한 예루살렘은 첫 번째 교회회의(사도 15,1-21)가 열렸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49년경에 열린 이 회의는 토라(율법), 할례 등의 유대교 전통을 강조하며 그리스도교를 유대교와 결부 지으려했던 유대계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교를 유대교와 별개로 보아 반율법적 모습을 보였던 이방계 그리스도인 사이의 그리스도교 사상 첫 신학논쟁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대교와 이슬람,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고향이자 “평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예루살렘이 그 의미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의 상징이자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습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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