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신임 정평위원장 김윤석 신부와 봉헌한 월례수요미사 ‘사람’

“기타를 만드는 콜트 · 콜텍 노동자들이 삶의 노래를 풍부하게 부를 수 있도록,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1월부터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 · 환경 ·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김윤석 신부가 지난 6일 월례수요미사 ‘사람’ 강론 중에 꺼낸 말이다. 이날 수요미사에 참석한 30여 명의 신자들은 미사를 공동집전한 김윤석 · 오혁환 신부와 함께 콜트 · 콜텍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얼마 전까지 마전동본당 주임신부였던 김윤석 신부는 사제 · 남성 중심이며 다양한 계층이 섞여 있는 본당을 떠나 “가난한 사람들, 여성, 환경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활동해야 하는 것이 저에게는 충격이고 혼란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8일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새 사제’가 되자마자 인천교구 정평위원이 된 오혁환 신부는 “교회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김윤석 신부(오른쪽)와 오혁환 신부 ⓒ강한 기자

“콜트·콜텍 문제,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풀어야”

김 신부는 강론에서 “콜트 · 콜텍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축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트 · 콜텍 노동자들은 창문 하나 없는 먼지 가득한 작업장에서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장 밖으로,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 공장에서 기타를 만들지 못하고 부당해고와 정리해고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라면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콜트 · 콜텍 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인천 부평 공장에서 쫓겨나던 지난 1일 현장에 다녀왔다는 김윤석 신부는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최소한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노동환경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시장의 효율성 논리와 공동체적인 연대성의 논리를 통합하고, 노동자와 고용인이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정치인들이 나서야 하며,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누가 덜 타락했고, 누가 덜 위선적인가를 놓고 다퉈서는 안 됩니다. 자기 조직보다는 약자의 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입니다.”

또한 김윤석 신부는 “노동은 모든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축이다. 경제성장도, 시장도, 재벌도, 민주정부도 핵심에는 노동이 기반하고 있다”며, 결국 노동의 위기는 한국 사회 · 경제 ·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미사를 마치며 김 신부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위해서 연대하고, 함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겠다”면서 “가난한 노동자들,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교구 정의평화 · 환경사목 · 노동사목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월례수요미사 ‘사람’은 매월 첫째 주 수요일 교회 안팎의 다양한 전문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다음 미사는 3월 6일 오후 7시 30분에 계속되며, 이날 미사 이후에는 인천에서 소외계층의 건강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 ‘건강과 나눔’의 장정화 상임이사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건강권’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 2월 6일 월례수요미사 '사람'에 참석한 신자들이 양형영성체를 하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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