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신부 <로마서 풀이> 출간기념 강연회 열어

지난 2월 2일 예수회센터에서 정양모 신부가 <로마서 풀이>(도서출판 지금여기, 2012) 출간을 기념하는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정 신부는 로마서에 담긴 바울로 사상의 핵심을 설명하는 한편,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양모 신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자신의 예수론을 정리해 <나는 예수를 이렇게 본다>(햇빛출판사, 2012)를 펴냈으며, 바울로 사상의 요체를 담고 있는 로마서에 대한 한국적 해석을 시도한 <로마서 풀이>를 연이어 출간했다.

 ⓒ문양효숙 기자
이번 강의에서 정 신부는 바울로가 사실상 ‘그리스도교의 창립자’라고도 불리지만, “예수의 위대함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수의 열 두 제자들은 글을 쓸 수 없었고, 바울로는 제자급에 속했으면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 예수의 사상을 정리했다. 그러나 그는 예수만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렇게, 앞서 간 성현보다 후학들의 글이 덜 와 닿는 이유를 ‘식자우환(識字憂患)’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후학들은 앞서 깨친 선각자들에게 ‘배운’ 사람이지 않은가?”

또한, 정양모 신부는 바울로의 편지 가운데 개인적으로 고린토 서간을 가장 좋아하지만, 바울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편지는 로마서라고 소개했다. 정 신부는 갈라디아 바울로가 교인들이 그리스도 중심의 복음을 저버리고 유대교화주의자들의 꾐에 빠져 할례를 받으려 했다는 것에 “격노했다”며 로마서에서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죄와 죽음의 율법에서 자유롭다고 천명했다” 전했다. 그리고 바울로는 이 자유를 선용하여 ‘사랑’을 가꿀 것을 당부했다. 정 신부는 “어떤 경우든 적응하는 비결을 익힌 바울로의 초연함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양모, <로마서 풀이>, 지금여기, 2012
정 신부는 이어, 자신이 역본으로 사용한 <공동번역 성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천주교회는 2005년 새번역 <성경>이 나오기까지 개신교의 문익환 목사와 천주교의 선종완 신부 등이 앞장서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제 개신교는 개신교 학자들이 따로 번역한 <표준새번역 성경>을 사용하고, 천주교는 2005년 춘계주교회의에서 승인한 <성경>을 사용한다.

정 신부는 공동번역이 “성서학자들이 번역한 뒤 문인들이 여러 차례 다듬었기 때문에 읽기가 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신교와 천주교의 성서학자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성서명칭과 인명, 지명을 통일했다는 점이다.

“한국 가톨릭과 개신교는 ‘주님의 기도’마저도 따로 번역해서 바치는 바람에 개신교인과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모여 기도할 수가 없다. 우리 교회의 신조를 담은 ‘사도신경’마저도 원문은 로마에서 작성한 같은 라틴어인데, 한국교회에서 따로 번역하다 보니 개신교와 가톨릭 학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할 수도 없고, 우리 신앙을 다 같이 바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번역은 성서명칭과 인명, 지명을 통일한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정 신부는 주교회의의 결정으로 이런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안타까워했다.

“가톨릭에서 성서학자들이 모여 성서명칭과 인명, 지명을 원문에 가깝다는 이유로 자기 조로 번역하고, 주교회의가 생각 없이 승인함으로써 그동안의 교회일치 노력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었다. 이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다시는 개신교와 성경의 인명지명 통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 이날 정양모 신부의 강연회에는 150여 명의 수강자가 몰려 원로학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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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회 중간 휴식시간에 정양모 신부가 참석자들이 내민 <로마서 풀이>에 사인을 해주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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