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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돌에 새긴 너의 이름, 전각 도장[꼴베의 행복한 선물-14]
조상민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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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2.04  1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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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새해가 밝은지도 한참 되었네요. 한 해를 시작하며 다짐하신 것들 아직은 잘 지키고 계시지요?

2013년은 많은 것이 변하는 해 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제 주변 분들은 유난히 삶의 전환점을 맞은 분들이 많네요. 오늘 꼴베의 행복한 선물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랑하는 후배에게 드릴 선물입니다.

제주도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다가 수녀원에 입회하게 된 그녀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이 깊어집니다. 일반인이라면 아무 선물이나 주어도 좋겠지만, 수녀원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고 소임에 따라 이동하더라도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선물이어야 할 텐데... 그러면서도 의미가 있는 선물이 없을까? 옳지! 세례명이 새겨진 도장을 만들어 선물해야겠다. 지우개도장은 전문이지만 그럴 수야 없고, 나무도장은 뭔가 식상하고, 그래! 돌도장이다. 돌에 뭘 새기는 걸 전각이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조상민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각도구들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더라고요. 물론 전문가용은 비싸지만, 초보자용은 1만 원 내외로 돌과 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일반 필방에도 파는 것 같고 아무래도 직접 보고 사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인사동에 들러 연습용 전각도와 초보자용 옥돌을 구입했습니다. 전각도는 8천 원, 옥돌은 5천 원으로 제일 저렴한 것입니다. 더 좋은 것을 사고 싶었지만, 실력도 없는 놈이 장비 욕심이다 싶고, 제가 이것으로 잘 하게 된다면 그때 더 좋은 것을 사도 괜찮겠다 싶어 참았습니다.

   
 ⓒ조상민
이렇게 저렇게 글씨 모양을 연습해보다가 직접 돌에 글씨를 거꾸로 써넣었습니다. 나무에 새길 땐 종이에 써서 거꾸로 붙인 다음 새겼는데 돌은 어떤지 몰라 그냥 직접 썼습니다. 바로 된 모양을 볼 수 없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지만 이름이야 알아 보겠지라는 마음으로 쭉쭉 진행합니다.

   
ⓒ조상민
돌은 무른 옥돌이라 전각도로 깎아낼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돌인지라 쉽지가 않네요. 조그만 곳에 오밀조밀한 글씨를 한 참 새겨넣다 보니 눈도 아프고 손가락도 쑤시네요. 수녀원가서 잘 살아라 기도하며 다시 손에 힘을 줍니다.

   
 ⓒ조상민
그냥 네모난 테두리는 밋밋하니 옆을 좀 깎아 둥글게도 만들며 개성을 좀 주어야겠지요. 사실 그래야 위조도 어렵고 폼이 난다며 전각도구를 살 때 필방 아저씨가 귀띔해주었습니다.

   
 ⓒ조상민
이제 거의 다 파갑니다. 어떠세요? 이제 남은 두 획만 하면 마무리! ㅠㅠ

   
 ⓒ조상민
드디어 다 팠습니다. 자, 그럼 누가 이렇게 고생하며 파줬는지 알려줘야겠지요? 쉽게 잊지 않도록 칼로 새겨 넣어야지. 하하하! 사실 서명을 하는 것은 생색을 낸다기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의 얼굴이고, 볼 때마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지요. 저도 책등을 선물 받을 땐 꼭 주시는 분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는데요, 그럼 그 책을 볼 때마다 그분 생각이 나서 좋습니다.

   
ⓒ조상민
그럼 완성된 도장을 찍어볼까요? 어떠세요? 잘 쓴 글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새긴 것이니만큼 꽤 운치 있네요.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책의 책도장으로 쓰셔도 좋고, 엽서나 편지 등을 쓸 때 마지막 이름 옆에 찍으면 아주 멋있겠지요? 물론 통장도장으로도 오케이! 이래저래 쓰임새가 아주 많은 녀석입니다.

   
 ⓒ조상민
선물에 예쁜 포장은 필수! 저런 케이스는 어디서 사냐구요? 노노! 모두 재활용입니다. 식당에서 일하는데 어떤 손님이 행사기념품으로 좋은 볼펜을 받으셨는데 볼펜만 쏙 빼고 케이스는 버리시더라고요. 나중에 누구 선물할 때 케이스로 쓰면 좋겠다 싶어 슬쩍 주워놨지요. 너무 궁상맞나요? 그래도 저는 좋습니다. 저렇게 맞춘 듯이 선물을 담아 줄 수만 있다면야! 평소에 저런 큰 케이스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 테니 제가 안 쓰는 도장 지갑도 보너스 선물로 넣었습니다. 주변에 그런 케이스를 버리시는 분이 안 계시다구요? 걱정 마세요. 필방에 가면 5천 원 정도에 전용케이스를 팝니다.

   
 ⓒ조상민
케이스를 닫고 노끈을 묶으면 이젠 선물 완료! 며칠 뒤 이 선물을 받고 좋아할 후배 녀석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준비를 마친 오늘은 보람찬 하루!

사실 이번 선물이 그 친구에게 주려고 시도한 세 번째 선물입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 이걸 만들어 보기도 하고, 저것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왠지 딱 맞는 옷이 아닌 것 같아, 다시 그 친구를 생각하기를 반복하다가 이 선물이 떠올라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립니다. 실제로도 고민하고 재료를 사고 만들고, 다시 고민하고 재료를 사고 만들고 하다 보니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돈으로 선물을 사면 간단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그 사람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것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만나고 싶은 평생 친구라면 그런 시간 노력 아깝지 않지요. 주변에 그런 좋은 분들 계시지요? 그분들을 위해 선물을 고민하는 순간, 여러분도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꼴베의 행복한 새해 첫 선물, 끝!

조상민 (꼴베, 예수살이공동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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