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사미아 주방장 큘로 아저씨의 환상적인 포즈/사진 김용길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를 하면서 신기한 것 중에 하나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이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간에, 몇 명이 올 지는 예상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봄바람을 탈지, 겨울바람을 탈지는 아이들만 알기 때문이죠.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 우리는 드라큘라 부부입니다. 드라큘라는, 조카 손주 현이 초딩 저학년 때에 할머니뻘인 아줌마가 함께 놀아주고 숙제를 도와주었을 때 붙여준 애칭이죠. 그래서 아저씨는 자동적으로 드라큘로가 되었지요.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이 찾아오는 아이들이 없으면 우리 부부는 이심전심으로 ‘오늘은 공치는 것 아닌가?’ 하는 눈빛을 서로 교환합니다. 아저씨의 머릿속에 ‘이거 스파게티 면을 너무 많이 삶아놓은 것을 아닌지’ 하는 생각이 이어집니다. 헌데 웬 걸요, 잠시 후 한 무리의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리면, ‘그럼, 그렇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숨을 쉽니다.

2013년은 까사미아가 문을 연지 햇수로 4년이 되는 해입니다. 시간이 쌓이다보니 아이들의 방문이 날씨와 맞물려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기예보도 때론 예상이 빗나가는 것처럼 아저씨와 아줌마의 예상이 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경험상 날씨가 꿀꿀하거나 요번 겨울처럼 영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아이들은 까사미아에 더 많이 놀러옵니다.

추운 날씨에 멀리 마실 가기도 어렵고 날씨 탓에 배도 더 고파서지요. 때로는 용돈을 일찍 써버리고 마땅하게 갈 때 없으며 발걸음이 까사미아를 향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날씨가 좋은 날은 아이들의 코에 바람이 많이 들어가는지 노는 무대가 넓어져 동네 밖으로 멀리 향합니다. 그렇게 한가한 날은 아줌마는 책을 신나게 읽고, 아저씨는 인터넷 탁구에 몰입하는 날입니다.

▲ 큘라 아줌마에게서 '김탁구'란 애칭을 얻는 큘로 주방장의 탁구 삼매경 ⓒ최금자

아저씨는 주민센터 탁구동아리에 합류한 이후로는 머릿속이 온통 탁구로 차있습니다. 까사미아를 열기 전 가끔 오전에 탁구 한판을 뛰고, 문을 닫고 난 뒤에도 또 탁구를 칩니다. 집에는 9시가 한참 지나고 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은 9시가 지나야 먹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인터넷 탁구 카페를 방문하여 탁구관련 동영상을 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손에 잡은 탁구채를 허공에 대고 열심히 움직이며 폼을 바로 잡습니다. 그래서 아줌마는 아저씨에게 탁구 귀신에 씌었다며 ‘김탁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친절한 금자씨가 오죽하면 탁구장을 폭파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겠습니까. 이런 주방장 아저씨의 탁구 사랑에 아이들도 때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저씨가 몰입하는 인터넷 탁구 경기를 함께 보기도 합니다. 탁구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랍니다.

아이들이 까사미아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맞혀 보실래요. 바로 드라큘로 아저씨의 활동무대인 주방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먼저 대면하게 되는 아줌마의 주가는 하락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난 간식을 준비해주는 아저씨의 출석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 석이 형제에게 남은 토마토 소스를 찍어 먹을 식빵 조각을 나눠주는 까칠한 큘라 아줌마 ⓒ 김용길

어쩌다 아저씨가 물건을 사러 긴 호흡으로 출타 중이거나 화장실에 급한 볼 일 보러 잠시 자리를 비우면 금방 반응이 나옵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아저씨를 찾느라고 바쁩니다. 아줌마가 “안녕!”하고 인사해도 건성으로 듣고 “아저씨는요? 언제와요?”라고 묻습니다. 그럼, 아줌마는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왜?”라고 물으면, “그냥요”하며 멋쩍어하기도 하고, “큰 일 났네, 학원 빨리 가야 하는데...” 라고 중얼 거리도 합니다. 아이들은 까사미아에서 책을 읽을 수도, 놀 수도, 숙제할 수도, 간식을 먹을 수도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간식 먹는 것입니다. 까사미아에 간식이 없다면 그건 바로 앙꼬 없는 찐빵인 셈이죠.

간식으로 먹는 스파게티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는 아이들. 아저씨는 새해 초 어느 날 까사미아를 방문한 아이들이 “아저씨, 스파게티 정말 맛있어요. 먹은 본 스파게티 중에서 가장 짱이에요.”라는 말을 듣고는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 말은 주방장에게는 최고의 찬사이잖아요. 듣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말. 그날 아저씨의 입이 귀에 한참 걸려 있었습니다.

오후 내내 서서 스파게티를 요리하느라 두 다리가 뻐근하고, 스파게티에 토마토 양념이 골고루 섞이도록 무거운 프라이팬을 여러 번 흔들다보면 팔목이 몹시 아픕니다. ‘아저씨, 스파게티 맛 짱이에요’라는 그 한 마디에 아저씨의 굳었던 몸이 봄눈 녹듯이 하고,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 더 먹고 싶어 하는 표정을 하는 아이들을 대하며 정말로 행복해합니다.

주방장 큘로 아저씨~ 만만세^^!
아그들아! 큘로 아줌마도 있당께!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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