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그림 에세이]

 
수요시위에 다녀왔다.
37년~ 45년까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성노예로 끌려갔던 이 땅의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21년째 열리고 있다
.해방 후, 이 땅에 돌아온 할머니들이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입을 닫고 살다가
'위안부는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망언에
'내가 살아있는 증인이다'라며 분노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생존해 있던 할머니들의 증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강제동원위안부'에 이 땅의 어린 여성 10만이 동원되었고
지금 살아계신 할머니들은 고작 60여 분이다.
할머니들이 추상같이 노려보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민간인이 운영했다는 등의
파렴치한 발뺌을 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차 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영원한 책임을 지겠다며
프랑스 중부지방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으로 새로 조사된 80대 후반의 용의자 6명을
올해 안으로 열릴 재판에 회부한다고 한다.

수요시위에 참석하신 김복동 할머니는
'해방이 된지 70여 년이 다 되어가지만 내 마음은 아직 해방이 되지 않았다'고...

광기가 휩쓸어버린 짐승의 시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만행의 극치를 보여주는 '강제동원종군위안부'
인간을 도구로 만들어버린 惡의 전형
참회 외에는 달리 구원의 여지가 없는 정신의 타락

상상조차 고통스럽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14세 소녀에게....

일본이 엎드려 자복하는 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떨며 사죄하는 날,

할머니의 감금되었던 눈물은 봇물 터지고
시궁창에 뒹구는 타락한 영혼의 백골 위에 떨어져
백만 송이 꽃으로 피어
백만 마리 나비가 되어
비로소 해방을 맞을 것이다.

수요시위에서 어느 앳된 소녀가 든 피켓문구,
"Japan을 재판하라"

윤병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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