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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직업병 산재를 인정하라!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미사 봉헌
'반올림' 삼성 측의 대화 제안 수락

   
▲ 김정대 신부는 "'삼성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린다'는 잘못된 신화에 빠진 우리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현진 기자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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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4일 오후 5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상임대표 권오광) 주관으로 ‘삼성전자 직업병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삼성 일반노동조합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미사는 사제, 수도자, 신자를 비롯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활동가와 연대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미사 집전을 맡은 김정대 신부(예수회)는 ‘사람보다 우선하는 돈의 가치’와 ‘왜곡된 삼성 신화에 빠져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세태를 꼬집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부도덕한 기업 문화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김정대 신부,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는 사회적 책임과 공익에 기여하는 것"

김정대 신부는 이 미사를 앞두고 성탄, 공현대축일, 세례축일 등 지난 한 달간의 전례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예수가 우리와 같은 존재로 낮아지려 했으며, 우리를 참 인간이 되도록 초대했다는 사실을 성찰했다면서, “삼성전자 직업병 집단 발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중심에는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대접하지 않는 기업문화와 부도덕한 기업문화를 인정하는 어이없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일갈했다.

김 신부는 “우리는 ‘삼성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는 잘못된 신화에 빠져,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개선해야 하는 노동부,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 마저 기업의 눈치를 살피는 지경에 처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노조의 설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기업은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삼성은 산재 인정이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 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오히려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정애정 씨(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민웅 씨 유족, 반올림 활동가)는 “수십 명의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죽어갔고, 160여 명의 젊은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개인 질병이라고 몰아가는 삼성 측과 국민들의 죽음에 노사간 문제라며 침묵하는 정부에 할 말을 잃었다”고 통탄했다.
 

   
▲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민웅 씨의 부인 정애정 씨. 그녀 자신도 한때 삼성전자의 직원이기도 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애정 씨는 "여전히 죽음의 공장은 돌아가고 있다. 19살, 23-4살의 어린 노동자들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일한 댓가로 병을 얻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정현진 기자

유족 정애정 씨, "이 싸움을 멈춘다면 기업의 살인행위는 합법 될 것"

그는 “지금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160여명이고, 지금도 죽음의 공장은 24시간, 365일 가동되고 있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늘어날 지 너무 겁이 난다”면서, “이 싸움이 제대로 끝나지 않으면 삼성 측의 살인행위는 합법이 될 것이다. 국민에게 삼성의 실체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싸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유미 씨의 사망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6년째 삼성전자 직업병 산재 인정, 노동자 조직화, 직업병 진상규명,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 확대 등을 위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반올림 측에서 파악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직업병 제보는 160여 명, 사망자는 60명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4명만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4명 중 서울행정법원이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이숙영 씨에 대한 산재 인정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불복,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부, 근로복지공단 등 노동자 기본권보다 기업이 우선
삼성 측, "개인차원 보상하겠다" VS. 반올림 측 "공식적 산재 인정하라"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앞장서 보호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발목을 붙잡고 있는 셈.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보상을 거부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삼성 측의 산재 인정이 필요하다.

삼성 측은 산재 인정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삼성이 곧 백혈병 사업장으로 인식되면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삼성 외의 다른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반올림에서 주장하는 ‘사업장 감시 체제 구축’은 “노동조합으로 이어질 가망성이 있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삼성 측은 “직업병 피해자와 반올림 측이 산재 소송을 중단하면 회사 차원에서 발병자들에게 보상, 사과, 치료 지원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산재 인정’을 위해 싸워 온 반올림 측은 “우리는 보상이 아니라 산재 인정과 사과를 위해 싸웠다.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산재 인정이다"라며 "그래야만 삼성 내 작업 환경이 개선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사업장의 직업병 피해자들도 그들의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 ©정현진 기자

1월 22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공식 대화창구 마련 합의
6년 만에 첫 대화 자리 마련

한편, 산재 인정 촉구의 목소리가 시작된 지 6년 만에 첫 대화의 장이 열렸다. 지난 1월 22일 반올림 측은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측의 대화 제의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반올림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의미와 의지를 다지며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2년 11월 27일 삼성전자 측이 “백혈병 발병자, 유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제안했던 대화가 두 달 만에 성사된 결과다. 반올림 측은 2012년 12월 20일 삼성전자 대표이사 및 김종중 사장 앞으로 대화 수용 의사를 밝히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 측은 2013년 1월 17일 최우수 부사장 명의로 보낸 답변서에서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명시하고, “본격적 대화에 앞서 원만한 협의를 통해 대화의 의제와 범위가 설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장벽은 남아 있다. ‘산재 인정과 재발방지책 논의’에 중심을 두고 있는 반올림 측과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제도’를 통한 지원책에 무게를 두는 삼성 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화는 삼성 측이 ‘반올림’을 공식적인 대화 창구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것이 지난 6년의 싸움에 대한 작은 결실이 될 것인지, 대화 시도라는 삼성 측의 명분으로 그칠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 2013년 1월 2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봉헌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미사'©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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