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가족회는 15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MBC가 TV프로에 김현희를 출연시킨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발표하였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밤, 대선 개표를 지켜보던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이 확정되면서 차 회장이 받은 충격과 좌절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5년을 한결같이 KAL85기 사건 진상규명에 매달려온 차 회장에게 18대 대선은 한 가닥 남은 기대와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물건너가고 이명박을 이은 박근혜 정권이 탄생하였으니 누구보다도 차회장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청천벽력과 다름없었습니다. 18대 대선 결과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수많은 국민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절망과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 KAL 858기 가족회가 지난 2006년 1월 17일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58기 실종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해명해야 할 사람들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오른쪽 끝이 신성국 신부. (사진제공 /사람일보)

김현희는 그동안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도우며 살겠다”고 한 약속을 내팽개치고 안기부 직원과 결혼하여 정부의 보호 아래 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피해자 가족들은 KAL858기 사고 이후 남편을 잃고 가난 속에서 피눈물로 모질게 살아왔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작년 25주기 추모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왜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수도 없이 도움을 요청해보았지만 문전박대와 무관심으로 외면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10년 동안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측 자료, 외교문서, 언론 자료들을 다 살펴보고 분석해 보았지만 전부 거짓말로 꾸며진 쓰레기 뿐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이 13대 대통령 후보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기획된 작품(안기부의 '무지개공작')이라는 사실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안기부와 김현희는 왜 그토록 많은 거짓말이 필요했을까? 김현희는 왜 자필 진술문을 거짓으로 꾸몄을까? 왜 김현희는 25년이 지났음에도 북한 관련 신원 증명에 실패하고, 북한인임을 증거할 물증 하나를 제시하지 못할까? 범죄자의 기본적인 신상파악도 안한 안기부가 수사발표를 하고 국민을 기만했으니 KAL858기 사건은 모두가 사기 조작인 셈입니다.

'가족회'는 김현희에게 2012년 총 3차례에 걸쳐 <공개토론회>를 요구하였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김현희는 2012년 10월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국회마저 무시하며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김현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새누리당은 이에 대하여 추궁한 적도 없습니다.

지난해 종편 <TV조선>은 6월부터 김현희를 수차례 출연시키고, 이도 모자라 추석 이후로 매주 일요일 밤에 고정 출연시켰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김현희는 공중파 MBC까지 출연하게 되었으니 대한민국의 시계는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합니다. 공영방송 MBC가 국민적 의혹에 쌓여있고 또 국민적 비난을 받는 김현희를 이 시기에 출연시키는 의도는 무엇인가?
 

18대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드러난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과거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에 선거에 개입했던 안기부의 공작정치를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안기부는 과거 '보도지침' 등으로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였습니다. 이번 MBC의 김현희 출연도 방송사의 자체 기획, 결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안기부가 언론을 장악하여 극우 반공정권을 영구히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었듯이 이명박-박근혜 권력 하의 정보기관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그 시절을 다시 누려보고 싶은 것입니다. 공중파에서 다시 김현희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유신 공주'가 대통령이 되면서 유신 독재시대에 반공으로 세뇌된 국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적 꼼수라고 하겠습니다.

MBC는 공정한 방송을 위해 김현희와 KAL858기 가족 대표를 함께 출연시켜 공개 토론회를 마련함이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8대선 이후 박근혜 당선자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습니다. 도대체 박근혜가 말하는 '국민'은 누구입니까? 김현희로 인해 지난 25년동안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온 KAL858기 유가족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란 말입니까?

박근혜 인수위가 만일 김현희의 MBC 출연을 묵인하고 수수방관한다면 결국 박근혜의 '국민행복시대'는 국민을 기만한 파렴치한 행위에 불과한 것입니다. 박근혜는 전두환 정권 말기에 안기부의 주도하에 발생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지 그 입장을 묻고 싶습니다.

'KAL858기 가족회'는 MBC와 박근혜 인수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김현희는 KAL858기 가족회가 3차례에 걸쳐 요구한 공개 토론회에 당당하게 응해야 합니다. 왜 가족회와의 공개 만남을 기피하는지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둘. MBC의 김현희 출연 프로는 편파적이며, 진상규명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문제이기에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셋. 박근혜 인수위는 공정방송을 포기하고 왜곡 편파로 편성된 김현희 프로그램 중단을 즉시 MBC에 요청하고, 국민 누구나 행복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의지가 있는지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기사제휴 : 진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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