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데이의 영성과 가톨릭일꾼운동의 한국적 적용-6]

가톨릭일꾼운동은 1933년 미국에서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이 시작하여 벌써 80년 가까운 이력을 지니고 있는 ‘가톨릭 급진주의자’들에 의한 대중적 영성운동이다. 이들은 <가톨릭일꾼>이란 신문을 발행하며 도시와 시골에 환대의 집을 건립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전쟁과 인종차별, 여성문제와 노동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하여 원탁토론을 통하여 식별하고 복음적 실천을 해 왔다.

▲ 사진출처/http://writeforgod.stblogs.com
가톨릭일꾼운동은 평신도들이 시작하고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세상에 봉사하는 운동이지만, 제도교회와 영향력을 다투지 않으며, 수많은 사제 및 수도자들이 이 운동에 정신적 영적 후원자로 지원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라는 바다 속에서 ‘복음’이라는 영적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더 선해지기 쉬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일꾼운동(Catholic Worker Movement)은 '가톨릭노동자운동'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한국에 이 운동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 <참사람되어>에서 번역하고 있는 대로 '가톨릭일꾼운동'이라 부르겠다.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이 창립한 가톨릭일꾼운동은 노동과 실업문제를 다루었을 뿐 아니라, 가톨릭 교부들과 복음서의 정신에 따라서 환대의 집 운동과 그리스도교 평화주의 운동을 벌여 온 봉사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도로시 데이, <참사람되어> 통해 한국에 소개

도로시 데이와 가톨릭일꾼운동은 1980년대 인성회(현 한국가톨릭사회복지전국협의회)에서 발간했던 <하나되어>라는 비공식간행물을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당시 <하나되어>를 편집했던 한현 선생은 인성회가 없어지면서 1990년대부터 개인적으로 <참사람되어>를 창간해 지금까지 출판해오고 있다.

<하나되어>는 ‘천주교민족자주생활공동체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발간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당시 활성화되어 있는 천주교 기층운동(도시빈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생활공동체운동 등)을 신학적, 사목적, 영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한편 <참사람되어>는 좀 더 영성적 측면으로 초점을 옮겼다.

최근 <참사람되어>는 잡지에서 단행본 형식으로 바뀌면서 가톨릭일꾼운동과 관련이 깊은 필자들의 저서들을 완역 또는 편역해 마스터본으로 출판해 오고 있다. 이 책들은 헨리 나웬, 장 바니에, 토마스 머튼, 프란치스 카바나, 비르거 셀린, 제임스 맥기니스, 머레이 보도, 로버트 에이 죠나스, 케리 월터스, 로버트 엘스버그, 도로시 데이를 비롯해서 주로 영성-신비가들의 저서가 주종을 이루며, <가톨릭일꾼> 신문에 게재되었던 가톨릭일꾼운동의 활동과 경험을 소개한다.

 ⓒ한상봉 기자

그러나 이러한 저서들은 널리 알려진 일부 영성가의 서적을 빼고는 대부분 비공식간행물이라는 성격상 교회 안에서 광범위하게 대중적으로 읽히지는 못하였다. 그만큼 한국교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간행물이다. 따라서 최근 교계 안에서 도로시 데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예외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도로시 데이는 1991년에 분도출판사에서 <잣대는 사랑>(짐 포리스트)이라는 평전을 발간하면서 일반 신자들에게 알려졌다. 그 후 1995년에 도로시 데이의 에세이를 모은 <오늘, 유성처럼 살아도>(바오로딸)가 발간되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다만 최근에 <도로시와 함께 하는 기도>라는 책이 출판되고), 교계 잡지에서 그를 현대의 신비가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가톨릭일꾼운동, 아직 한국에서는 영성운동으로만 받아들여져

이처럼 그동안 도로시 데이의 영성과 가톨릭일꾼운동에 대한 소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한국에서 가톨릭일꾼운동이나 그와 유사한 운동이 실천된 적은 아직 없다. <참사람되어>를 통하여 일꾼운동을 알게 된 이들은 자기 삶의 현장에서 그러한 영성으로 살려고 개별적인 노력을 하거나 한시적인 소모임 형태를 유지하다가 흩어지는 경우는 적지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전국적 단위에서 이들이 한꺼번에 모인 적도 없거니와, 어느 누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지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한때 한현 선생이 잡지 형식의 <참사람되어>를 그만두면서, 구독자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모임을 갖게 하고, 그 모임에서 소식지 형태의 간행물을 내도록 독려한 적이 있으나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들이 이런 영적 자산에 감화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한국에서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정신’을 표방한 곳은 서영남 대표가 이끄는 민들레국수집이다. 그러나 도로시 데이는 작은 규모의 ‘환대의 집’을 구상했으며, 규모가 커지면 독립적인 집으로 분가시켜왔다. 그리고 정부나 교회기관의 지원 없이 소액후원자에 의존해서 운영하라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민들레국수집은 소액후원자는 물론 교회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민들레희망지원센터, 어린이밥집, 공부방으로 확장되어 왔다는 점에서 현재 시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가톨릭일꾼운동이 단순한 ‘자선’의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난한 이들의 당장의 필요에 응답하는 자선(환대의 집)과 자본주의 구조를 협동적인 사회로 개혁하려는 사회운동, 그리스도교 신앙에 입각한 영성운동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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