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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은 '한지등'[꼴베의 행복한 선물-13]

안녕하세요, 꼴베입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추운 겨울이네요. 이번 12월에 ‘불안과 두려움의 오래된 저기압’이 ‘평화와 사랑의 젊은 고기압’을 밀어내버린 탓이겠죠. 그래도 새해인데 궂은 날씨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다시 땅을 갈아 새로운 씨앗을 뿌리자고요.

제가 이번엔 어두워진 마음과 주변을 밝힐 한지등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어두울수록 작은 불빛이라도 소중하잖아요. 우리들 마음의 작은 불씨, 아주 꺼뜨리지 말고 잘 살려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럼 더 힘든 누군가 그 불빛을 보고 길을 찾을지도 몰라요. 꼴베의 행복한 선물 출발!

1. 예전에 공사장에서 썩은 나무토막을 봤습니다. 괜찮은 부분은 목재로 쓰고 썩어서 못쓰게 된 부분은 잘라 내버린 거죠. 그냥 화목으로나 쓰이게 될 썩은 나무토막을 보는데, 저건 뭔가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니라 꾸미기에 따라 아름다운 무언가로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지고 와서 책장의 받침으로 오랫동안 쓰다가 불현듯 전등으로 만들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한지등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썩은 부분의 부스러기등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투명 락카를 뿌렸습니다. 냄새가 좀 나니 바깥에서 도포한 후 하룻밤은 지나야 합니다. 너무 가까이서 말고 좀 떨어져서 2-3번 반복해서 뿌려줍니다.

   
  ⓒ조상민

2. 한지등을 만들기 위해 뼈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방에 가니 가는 나뭇대를 팔더라고요. 가격은 굵기에 따라 다르지만 가는 것은 몇 백 원정도입니다. 나무토막과 비슷한 크기로 만들기로 하고 크기를 재서 잘라줍니다. 간단한 구조인데도 생각보다 어렵네요. 일단 뼈대 완성!

   
 ⓒ조상민

3. 화방에서 사온 예쁜 한지를 적당히 잘라 뼈대에 붙여줍니다. 뼈대에 목공접착용 본드를 발라 한지를 팽팽히 당겨가며 붙이면 됩니다. 예쁜 한지는 너무 얇으면 찢어지기 쉬우니 참고하시구요, 전 1장을 2,500원에 구입했습니다. 아래쪽은 나무에 고정해야하고 위쪽은 전등을 교체할 수도 있으니까 가운데 구멍은 막지 말아야지요.

   
ⓒ조상민

4. 전등을 위한 전선을 연결하기 위해 나무 가운데 구멍을 뚫어줍니다. 드릴 길이가 길지 않아 위와 아래 두 군데 구멍을 내야 하는데 터널처럼 양쪽 2개의 구멍을 딱 맞춰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반복될수록 커지는 나무에 큰 구멍이.. 미안하다, 나무야! ㅠㅠ 한겨울에 땀을 비 오듯 흘린 끝에 어렵사리 터널 공사를 마치고 전선을 연결했습니다. 이제 전구소켓만 연결하면 불이 들어와요! 전구 높이를 약간 높이기 위해 나무토막을 하나 덧댔습니다.

전구를 연결하고 미리 만들어놓은 한지등을 나무위에 고정시키면, 쨔쟌! 한지등 완성입니다. 짝짝짝!! 등만으로는 좀 밋밋한 것 같고 썩은 나무가 새 생명을 얻은 듯한 느낌을 주기위해 인조 나뭇잎덩굴도 감아보구요. 생활용품점에서 3천원에 구입.

   
ⓒ조상민

5. 불을 켜 봤습니다. 한지의 무늬에 따라 멋진 분위기가 연출되네요. 다들 집에 이런 엔틱 한지등은 하나쯤 다 가지고 계시죠? 없으시다구요? 그럼 얼른 집주변 공사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하하하!

   
ⓒ조상민

지난 12월에 인사동에서 ‘청춘드림’이라는 전시회가 있었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청년들이 미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자리였는데요. 저도 지금여기에 연재해왔던 선물들을 몇 가지 전시했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예쁜 선물을 만들어 주는 것은 가장 근원적인 미술의 형태가 아닐까요? 그 선물엔 선물하는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니까요.

   
  ⓒ조상민

역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더구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지는 어두운 현실에서는요. 어떤 노력도 소용없다는 무력감과 절망감에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는 일, 차가워지는 서로의 온기를 지켜주는 일, 적란운 같은 두려움이 세찬 비를 내리고 지나갈 때까지 사랑의 마음을 놓지 않는 일 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매일 외우고 다니는 신옥진님의 시 한편을 새해 선물로 드립니다.

   
 ⓒ조상민

조상민 (꼴베, 예수살이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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