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FABC 총회에서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제주교구장)가 베트남전쟁 중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작년 12월 13일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총회 전체 회의 중 나온 발언으로, 한국군이 1968~1974년 베트남에서 약 5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에 대해 베트남인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강 주교는 12월 10~16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제10차 정기 총회에 김희중 대주교, 조규만 주교와 함께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군대가 저지른 일, 대다수 한국인은 모르고 정부는 감춰
교회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말 못할 것”

▲ 강우일 주교 ⓒ정현진 기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강 주교는 회의 이후 인터뷰에서 이번에 베트남을 처음 방문했으며, 한국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발언이 개인적인 것이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이름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며 “그러나 형제 주교님들도 제가 한 베트남인에 대한 사죄를 지지해 주시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 주교는 “우리는 오랫동안 일부 군인들에게서 그들이 살해 행위에 가담했다는 고백을 들어 왔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 군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최근 들어서야 비정부기구들이 증거를 확보하고 이곳에 와서 그러한 살해 행위들이 저질러진 장소들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베트남전과 제주 4·3사건 때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라는 장막 뒤에 숨겨왔다고 비판하며, 교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90%가 제주도에서 일어난 그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이 그 역사를 은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알리는 것은 교회의 책임이 됩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말하겠습니까?”

강우일 주교는 작년 11월 12일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봉헌한 ‘이영찬 신부 등 구속자 석방을 위한 시국 미사’ 강론에서도 “한국 교회는 오늘날까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국민에게 국가가 어떤 희생을 요구해도 아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베트남에 우리 군대를 파견했어도 교회는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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