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교서를 분석한다 4]

2000~2008년 대구대교구 사목교서 분석

사목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사목 현장에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 그리스도교 신앙에 근거하여 결단해 나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구 사목교서는 교구의 사목 현실에 대한 신학 성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교회 공동체의 신앙과 사목의 방향은 교도권을 지닌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결정될 뿐 성찰이라는 단어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이러던 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사목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모델로 ①교회 전통, ②개인 혹은 신앙공동체의 경험, ③문화정보(인문사회학을 포함하는 시대담론)가 일반적으로 거론된다. 연속 원고 첫 회에 언급했던 ‘의미 있는 사목교서가 되기 위한 10가지 요소’(①복음충실성, ②열린 참여, ③시대 성찰, ④지역 특성, ⑤목표 구체성, ⑥구체 실현 방안, ⑦실현 가능성, ⑧지속 가능성, ⑨통합사목 관점, ⑩호소력 / 824호 참고)는 이 성찰 모델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호부터 게재될 교구별 분석 글은 2000년 이후 교구별 사목교서 분석을 통해 연도별 교서의 주제는 무엇이고, 교구, 지구, 본당 차원에서 교구 지침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살피게 될 것이다.

또한 사목교서에서 주요 사목영역별로 거론된 사항을 검토하여 교구 사목에서 방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살필 것이다. 물론 큰 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성찰 모델을 포함해 10가지 요소를 기초로 사목교서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교회의 사목활동은 그리스도인들 특히 교회 리더십을 형성하는 사목자들이 위의 성찰 모델과 요소들이 제공하는 중요한 신앙 통찰력들을 얼마나 많이 발견하고, 그것을 잘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복음에 충실하고 목표는 구체적인가?

이 항목은 비전과 목표를 얼마나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해 평가한다. <표1>에서 보듯이 2000년 이후 대구교구 사목교서의 특징은 대희년 이후 5년간 “그리스도와 함께”라는 같은 주제로 일관되고, 교구 차원에서는 성체대회를 시작으로 어린이, 청소년, 평신도, 가정 대회 등의 대규모 행사중심으로 짜여있다. 2005년 이후 3년은 “교구 설정 100주년 준비”의 해로 정하고 역시 교구 사목의 중심은 각종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구장이 바뀌고 처음 발표된 2008년 사목교서는 “교구 설정 100주년 준비”라는 전임 교구장의 사목 방향을 계승하면서 제2차 교구 시노드 개최를 천명하고 있다. 복음에 얼마나 충실한가의 기준이 복음 말씀으로 교서를 도배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처럼 씨가 썩지 않고 자라날 좋은 토양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대구교구의 비전과 목표는 겉옷만 복음으로 치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대 요청과 지역 특성을 고려하고 있는가?

시대 요청은 한국 사회, 나아가 세계의 흐름에 대한 성찰과 이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말하는데 2004년(가정이 당면한 문제들)과 2007년(고령화 문제)을 제외하면 시대의 흐름을 성찰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또한 교구의 사목 방침이 관할 지역의 사목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제를 선정해야 함에도 대구 교구 관할 지역에 대한 성찰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지역 사회 선교, 복음화 문제를 중요하게 말하면서 지역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교서를 발표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역 사회에 애정이 없는 교회가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닐까!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실천방안이 구체적인가?

<표2>는 사목교서 실천 지침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 구체성을 평가하기 위해 그 내용에 따라 교구와 지구, 본당, 개인 수준으로 나누어 연도별로 정리한 것이다. 사목교서 자체만으로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힘들어 여기서는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각 내용들을 평가해보았다. 먼저 일정 수준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항목은 ▲표시하였다. 지침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실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천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항목은 구체성 부족(◎표시)으로, 구체적인 제시가 되었으나 교회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현실성 부족(◉표시)으로,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모두 부족한 것은 둘다 부족(●표시)으로 표시하였다. 이러한 항목들은 지침으로 제시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계획인 셈이다. 사목교서에 대한 신자들의 낮은 인지도와 실천력을 탓하기 전에 교회 현실을 고려하여 교구의 사목계획이 구체성과 현실성에 근거하여 작성되었는지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특정 사목 영역에 편중되지 않고 통합적인가?

<표3>은 지난 9년간 사목교서 내용을 사목영역별로 분류한 것이다. 교서본문과 실천지침을 나누어 살펴보았는데 대구교구는 타교구와 달리 실천지침도 교서에 포함된 경우라 구분이 큰 의미는 없다. 언급된 횟수로 볼 때 가장 많이 이야기된 사목영역은 선교/신자재교육 분야(6년간)이고 다음이 가정/소공동체(4년간), 청소년/청년사목(3년간)의 순이다. 사목교서에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9년간 사회사목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또한 각각의 사목 영역이 독자적인 완결 구조를 갖기 보다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균형감 있게 사목의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각 사목 영역의 관련성들이 깊이 성찰되지 못한 인상이 강하다.

<표2> 대구대교구 사목교서 수준별 실천 지침(2000-2008)

연구 사목교서가 교회 리더십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 되길 바라며 주로 문제점을 중심으로 지적 했는데 대구교구 사목교서의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실천 지침이 교서 본문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서만 있고 구체 실천 지침이 없는 교구는 말할 것도 없고, 실천 지침이 있다하더라도 교서와 별도로 제시돼 중요성이 반감되는 교구가 많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또한 교구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교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한 점도 신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동현 우리신학아카데미 기획실장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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