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대포에서 ⓒ 장영식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캇 펙(Morgan scortt Peck 1936~2005)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에서 “우리 모두 게으름이라는 ‘원죄’ 때문에 망설이거나 포기하고 싶어지는 길, 일생을 통해 아직도 계속 가야하는 길에서,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여행은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낡은 자아를 버리고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때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면서 “막다른 길에서 이것이 끝이구나, 싶을 때조차 그것은 진실이 아니며, 아직도 내가 가야하는 길은 그 너머에 있음을 잊지 말자”고 전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낡은 자아를 버리고 영적인 몸을 얻기 위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느끼고 있다. 조중동이나 기존 방송사뿐 아니라, 진보적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조차도 구태의연함을 벗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애초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기존 교회언론 매체들의 무분별한 ‘교계 감싸기’를 바라보면서, 세상과 마찬가지로 교회도 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신자들의 신앙쇄신뿐 아니라 성직자들의 신앙쇄신이 간절한 현실에서 언론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활동하면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더 참신하고 더 분명한 ‘정론직필’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지난 2012년을 돌아보면,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교회 안에서 일어난 사회교리에 대한 각성일 것이다. 교회가 사회문제를 외면할 수 없으며, 그리스도인들의 신실함은 참여적 신앙에서 드러난다는 반성이다. 또한 세상에 ‘정의’를 외치려면, 교회 자신이 먼저 정의로워야 한다는 성찰도 언제나 제기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반성과 성찰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채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가려는 노력일 것이다. 이 길에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스스로 쇄신되면서 교회와 세상을 쇄신하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2013년에도 이어지는 ‘신앙의 해’를 떠올리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고, 교회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새해를 맞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제들의 영적 쇄신’이다. 이른바 교회에서 ‘사제 갱신운동’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교회쇄신은 무늬만 남을 것이다. 아울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계감시활동을 여전히 수행하면서, 이른바 ‘예언자적 교회 세우기’를 염두에 두고 활동할 것이다.

1946년에 일제식민지를 벗어나면서 박두진 시인이 쓴 ‘해’라는 시가 있다. 2012년을 마감하면서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고 외치던 시인의 음성을 다시 새긴다. 시인은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고 노래한다. 2013년, 정치적으로는 MB정권을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들어서고, 교회 안의 정황 역시 어찌 보면 하등 새로울 게 없다. 그만큼 새해는 안개 속을 걷듯이 발끝을 조심스럽게 옮겨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두려울 게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 해의 빗장을 힘 있게 열어본다.

마지막으로 정희성 시인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전문을 옮겨본다. 여전히 척박한 교회현실 속에서도 더불어 걷자고 청하는 사제들이 있고, 수도자들이 있고, 수많은 독자들이 있기에 이따금 외롭고 손끝이 아릴 때에도 우리가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망 한 가닥 쥐고 있다.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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