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교서를 분석한다 2] 2008년 각 교구 사목교서에 대한 분석

앞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각 교구 사목교서를 분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008년 연두 사목교서에 나타난 주요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심 주제로 본 2008년 사목교서의 특징

2008년 사목교서에서 나타난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교구 설정 주년을 기념하는 교구가 많다. 대전교구는 60주년(2008년), 안동교구는 40주년(2009년), 인천교구는 50주년(2011년), 대구교구는 100주년(2011년)을 준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40주년(2006년)을 지낸 마산교구와 50주년(2007년)을 지낸 부산교구는 이를 이어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몇 해에 걸쳐 일련의 사목 방침을 세운 교구는 광주, 대구, 안동, 원주, 청주, 군종교구이다. 이처럼 특정 목표를 세우고 이와 관련해 일련의 중심 사목 주제를 몇 년에 걸쳐서 잡는 방식은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과 1989년 세계 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발표된 공동 사목교서에서 처음 시도되었다.

▲ 교구별 사목 교서 중심 주제

가장 강조된 사목 영역은 가정사목

교구장 사목교서는 그해 관심을 기울일 중점 사목 영역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에 대한 분석은 각 교구와 한국 천주교회 전체가 어떤 사목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교구는 서울, 인천, 수원, 마산, 부산, 의정부, 춘천교구로 총 16개 교구 가운데 7개 교구이다. 2004년에는 전체 15개 교구 중에서 서울, 춘천, 대전, 인천, 대구, 부산, 청주, 전주, 군종교구 등 9개 교구가 가정 공동체의 회복을 2004년도 주요 사목 방향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렇듯 많은 교구들이 가정 공동체의 회복을 주요 사목 방향으로 정하게 된 데는 2004년에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FABC) 제8차 정기 총회가 ‘아시아의 그리스도인 가정‘이라는 주제로 한국에서 열린 것과 관계있었다. 이 때 주교회의는 가정에 대한 공동사목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이처럼 되풀이해서 가정사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구체 사목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구체 사목 방안을 제시한 서울교구도 특별한 것도 새로운 것도 없었다(아래 표 참조). 이는 모든 사목을 가정 중심의 사목으로 전개하는 게 아니라 가정사목을 하나의 특수 사목 영역으로 생각하는 관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증거이다.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구들 가운데 서울, 인천, 마산교구 등 3개 교구가 가정문제와 생명운동을 연관 지어 언급한 것은 2007년 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기총회 뒤 배아 연구, 낙태, 인공 임신 등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교회 안팎에 알리고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이름으로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된다고 생각된다.

▲ 서울교구의 가정사목 구체 방안

한국 교회에서 유행되는 낡은 경영기법인 ‘목표 관리’

신자 비율 목표를 제시하고 선교운동을 독려하고 있는 교구가 서울, 인천, 광주, 대전, 마산, 군종교구로 6개 교구이다.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운동(2020년 신자 비율 20% 목표), 광주대교구의 2010 복음화운동(20분 성경 읽고 10분 묵상, 미사 10분 전 도착하고 미사 후 20분 성체조배, 주일미사 참석률 20%올리고 냉담자 10% 내리기), 마산교구의 비전 1030 운동(2010년까지 복음화율 10%, 주일미사 참석률 30% 달성)에서 보듯이 목표 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s)를 활용한 사목 비전과 목표 제시가 유행하고 있다. 목표 관리는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통합하기 위해, 1950년대 후반 미국의 경영학자에 의해 제창된 관리 기법”이다. 주로 양 목표 중심의 관리 기법이기 때문에 질과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늘날 경영에서는 크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한국 천주교회가 목표 관리 기법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다시 질 중심의 성숙 이 필요하다는 반성이 사라지고 양 중심의 성장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흐름과 관계 깊다고 여겨진다.

소공동체사목은 흘러간 유행인가?

그밖에 자주 언급된 사목 영역을 보면, 소공동체 활성화를 강조하는 교구는 서울, 수원, 부산, 제주교구로 4개 교구이다. 청소년과 청년 사목 활성화를 강조하는 교구는 서울, 부산, 제주교구로 3개 교구이다. 사회사목 영역에서 노인사목을 강조한 교구는 서울과 부산교구이고, 환경사목을 강조한 교구는 서울과 원주교구이다. 이 같은 경향은 다른 해와 비교해볼 때 특별하지 않다.

소공동체사목이 4개 교구에서만 사목교서에 언급되었다고 해서 그 밖의 다른 교구 사목 방침에서 소공동체사목이 폐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목교서의 성격을 생각할 때, 사목교서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중이 매우 낮아진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소공동체사목을 도입하고 다른 교구로 확산되는 데 큰 구실을 한 서울교구의 최근 변화(담당 사제의 교체 등)을 생각할 때, 앞으로 소공동체 사목은 교구장이 분명한 비전을 가진 수원과 제주교구 중심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지난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목교서가 실천되려면 구체성을 지녀야 한다. 막연한 방침이 아니라 구체 실천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사목 방침에 따른 구체 실천 과제를 사목교서에 담는 교구는 몇몇 교구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교구는 구체 실천 과제를 연간 사목 지침서에 포함시키는데, 이 지침서의 배포 범위를 생각할 때 아예 중요 실천 과제를 사목교서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당 차원의 실천 과제뿐만 아니라 지구와 각 교구청 부서와 주요 단체들에서 실천할 과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200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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