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동체-라틴아메리카 선교 30년' 손경수 신부 초청 강연

지난 11월 2일 정동 프란치스꼬회관 4층 강당에서 “기초공동체 - 라틴아메리카 선교 30년”이라는 주제로 라틴아메리카주교단(CELAM) 선교·영성분과위원회 총무인 손경수 신부 초청 특별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신학연대센터가 주관한 것이며,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등이 후원하였다.

손경수 신부는 1943년 신의주에서 태어나, 1971년 가톨릭신학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972년 메리놀외방전교회에 입회하였다. 1976년 페루에 선교사로 파견되었고, 1979년 사제 서품을 받고 지금까지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메리놀대학과 로욜라대학에서 선교신학석사와 사목 상담 및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 회장을 거쳐 현재 라틴아메리카주교단(CELAM) 선교·영성분과위원회 총무이다. 저서로는 <꺾어진 갈대 베지 않고 - 페루에서 보낸 한 한국인 선교사의 편지글>(성서와 함께 펴냄)이 있다.

손경수 신부는 먼저 선교사가 어떤 태도로 선교지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말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회교도를 이해하려면 회교도가 되고 회교도의 마음이 되어서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개신교를 이해하려면 개신교의 마음과 개신교의 눈으로 봐야 한다. 또 가톨릭도 역사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마음으로 봐야지 이해할 수 있다”는 한스 큉의 이야기를 짚어주면서 “실제로 그 안에서 살지 않고서는 그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선교사로 36년을 살고서야 조금 라틴아메리카가 어떤 대륙이고 페루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신앙을 갖고 있는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고 하였다.

선교사의 길이란 파스카 신비체험을 매일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실패를 통해 배우는 영성이라는 것이다. 그가 페루에 가서 첫 강복을 하러 갔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난한 집에 가서 축성식을 하게 되었죠. 나는 배운 대로 노래도 하고 기도도 하고 방안을 다니면서 성수를 뿌리는데, 그 집 아주머니가 샴페인 병을 따서 가져와 땅에다 막 뿌리는 겁니다. 그분이 비싼 샴페인을 땅에 뿌리는 바람에 나는 분심이 들고 업무를 방해받는 기분이어서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고 당신일이나 하라고 합디다. 나중에 궁금해서 동료신부에게 물었더니, 서양 종교는 하느님을 믿어서 축축하게 한 잔 드시라고 물을 뿌리는데, 우리 페루에서는 땅의 어머니 한테도 축축하게 한잔 드려야 한다는 겁니다. 위에 계신 아버지와 아래에 계신 어머니가 좋아하셔야 중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축복을 받지 않겠냐, 그런 의미에서 모든 축복때마다 샴페인을 뿌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의 신앙에 접하게 될 때는 그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보지 않고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경수 신부는 기초공동체는 주민들이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라틴아메리카는 500년 전에 복음이 선포된 것이 아니라 복음이 강요된 것이라는데, “500년 전에 당신들은 성경을 갖고 있었고 우리는 땅을 갖고 있었는데, 500년 후에 당신들은 땅을 갖고 있고, 우리는 성경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페루인들은 말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추장들이 “성경책을 들고 와서 당신들이 우리 땅을 빼앗았습니다. 교황님, 이번에 오실 때는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의 말씀이 담긴 책을 갖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 신부는 기초공동체는 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이며 성당이나 병원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발언권과 결정권을 주고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조직가나 건축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선교사는 그런 친구가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손경수 신부는 이후 강연에서 기초공동체의 방법론인 ‘베르-보라’, 현실을 신앙의 눈으로 보고, 둘째 ‘구스라-판단’, 하느님의 나라를 지금 현실에서 건설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을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악투아르-실행’,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방법론이 라틴아메리카의 메델린, 푸에블라, 산토도밍고 주교회의에서 실행한 방법론이었는데, 손 신부는 그 문헌에 담긴 생각도 나누어 주었다. 아울러 한국인 선교사로서 현지에 잘 적응하여 훌륭히 활동하고 있는 모범사례를 제시하며 턱없이 부족한 라틴아메리카에 좀 더 많은 선교사들이 파견되었으면 하는 소감을 피력했다.

/한상봉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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