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95%가 ‘연극성 인격 장애’와 ‘자기애적 인격 장애’ 경험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소장 유경촌 신부) 주최로 교구와 사제 간, 사제와 사제 간, 사제와 신자 간 ‘소통’ 문제를 다루는 사제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1월 21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와 조규만 주교(청소년 담당 교구장 대리)를 비롯해 50여 명의 교구 사제들이 참석해 ‘친교의 교회’를 이루기 위한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신자는 주민대비 10.3%를 차지하고 있으며, 800여 명의 사제가 230개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통합사목연구소는 지난 일 년 동안 17명의 사제를 비상임연구원으로 임명해 ‘친교의 교회 공동체’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어 왔다. 이번 토론회는 그 결과를 공유하고, ‘친교의 교회’를 이루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토론회 발표문 역시 사무처를 통해 교구의 모든 사제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명동성당 앞마당의 예수상. 염수정 대주교가 교구장으로 착좌한 뒤로 사제들이 모여 허심탄회한 토론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사제들의 문제도 많이 드러났지만, 이처럼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용기라 할 수 있다. ⓒ 한상봉 기자

교구와 사제 간 소통 창구 부재
‘전문적인’ 교구장 비서진 필요

교구와 사제 간 소통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허석훈 신부(가톨릭대 철학교수)는 현재 서울대교구 안에 참사회의, 사제평의회, 인사위원회 등이 있지만 그 회의 내용이 사제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제들의 의견이 교구장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어서 결국 사제들은 교구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살아간다고 전했다. 이에 허 신부는 사제들 사이에서 공론화된 내용을 전달하고 응답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제단 안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SNS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덧붙여 교구청에 대해 “공문하달만이 아니라 각 본당의 상황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사회가 지닌 아픔과 필요한 시대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교구장님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셔야 하겠지만, 사회의 조직과 비교해 볼 때 교구장님에 대한 보필이 너무 미약하다”며, 교구장이 자문을 받을만한 ‘좀 더 전문적인 비서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평에 나선 김효석 신부(가톨릭대 교회법교수, 교구장사법대리)는 현재 서울대교구는 15년차 이하 사제들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제단 대표기구인 사제평의회에 1명만 대표로 파견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보좌신부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 그 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사제들의 의견을 교구에 전달하기 위해 ‘사제총회’가 필요한데, 교구사제단의 규모가 커서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면 지역별로 사제총회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제안했다. 현재 서울대교구는 ‘사제총회’가 없는 상황이다.

보좌사제들 애로사항 많아… 본당사제, 부임하는 본당마다 자기 스타일로 바꿔
보좌사제의 권한이 교구 차원에서 분명히 규정되어야

“서울대교구에 있는 많은 사제 공동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운을 뗀 송재영 신부(혜화동 부주임)는 ‘사제와 사제 간의 소통’ 문제를 다루었다. 송 신부는 먼저 주임사제와 보좌사제의 직능과 권한이 불분명해서 빚어지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담당사제의 고유업무 영역, 수령할 각종 예물, 전결권 등에서 보좌사제의 권한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보좌사제는 수없이 본당을 옮기며 새로운 본당과 주임사제에게 적응해야 하는데, 주임사제들은 본당을 옮길 때마다 자기 스타일로 바꾸는 경향이 많아서 종잡을 수 없다는 불만이다.

이어 “보좌사제 때 주임신부와 잘 못 지내던 신부들이 주임사제가 되어 결국 보좌사제를 괴롭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며, “사제에 대한 사랑, 배려, 양보, 인내 등의 미덕”을 주임사제들이 지니고 있는지 물었다. 덧붙여 특수사목 사제들의 공동생활에서도 누가 장이 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현실을 호소했다.

사제들 공동생활에 미숙해 … 친한 사제하고만 어울려
교구 현안 나눌 수 있는 ‘사제모임’ 필요

또한, 송재영 신부는 사제공동체와 관련해, 장례나 사제성화의 날, 성목요일 행사, 동창모임, 사제단 연수, 지구 사제회의 등에 교구 사제들의 참여율이 적은 현실을 지적했다. 송 신부는 교구 사제들이 교구 행사보다는 사제 개인의 영역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고 지적하면서 주임사제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임사제들은 피정 중인 보좌사제들에게 주일미사를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주일 새벽미사를 말이다. 그럼 피정 중에 외박을 하라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일부 사제들은 자신과 친한 사제하고만 어울리면서 자신이 사제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송 신부는 사제들이 본당에만 있으면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신자들도 예의와 존경을 다해 모시기에 “왕처럼 군림한다”며, 신자들도 웬만하면 싫은 소리 안 하고 따르기에 “아쉬움 없이 그냥저냥 살아간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교구장 주교와 교구장 대리는 이를 방관하지 말고 “사제를 사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발제에서는 ‘사제모임’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송재영 신부는 ‘의정부교구 사제연대’와 수원교구의 ‘공동선실현 사제연대’를 소개하며, 사제들의 동기모임 등을 임의의 모임이 아니라 교구 현안을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사제모임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구사제 모두가 참여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지만 깨어있는 몇 명의 사제들이 모이기 시작한다면 사제단의 분위기, 문화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제의 95%가 ‘연극성 인격 장애’와 ‘자기애적 인격 장애’ 경험
병들어가는 사제 많아 … 정기적인 심리상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송 신부는 “우리 주위에는 병들어 있는, 병들어 가는 신부가 많은데 교회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제모임을 통해 사제들이 서로 격려하고 고민하면서 ‘사제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체성과 관련해, 송 신부는 사제들이 “강론 중에 희생과 양보, 인내와 이해, 용서 등 온갖 좋은 말을 하며 가족 간의 일치와 평화를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진심인가? 아니면 그냥 하는 이야기인가?” 물었다.

사제의 인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송 신부는 사제들의 95%가 ‘연극성 인격 장애’와 ‘자기애적 인격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제들은 본당사목은 물론이고 외모조차도 너무 잘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 병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신부는 “보통의 사회조직은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장’의 자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부들은 서품 받는 순간부터 동료사제들과의 관계에서 구속력이 없고, 신자들이 대우해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교구에서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처럼 신학생과 사제들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신부는 신학교 교육에서도 교수신부들이 ‘공부’만 강조하지 말고, 외출시간에 ‘봉사’하는 것도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욕하면서 배운다”라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새 사제들을 본당에 파견할 때는 ‘좋은 표양이 되는 주임 사제에게 발령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논평에 나선 김영국 신부(학교법인가톨릭학원 사무처 사무총장)는 “신학교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 그리고 본당의 주임사제들 나름대로 고충이 없지 않겠지만, 사제들 간의 친교에 관한 발제자의 충정어린 분석과 제안들은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본당사제들, ‘내 사람 만들기’보다 ‘하느님 사람 만들기’에 신경 써야
신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하면서 인기 얻는 것 올바르지 않아

사제와 신자 간의 소통 문제도 제기되었다. 발제를 맡은 김중호 신부(논현동성당 부주임)는 먼저 ‘사제의 정체성’ 위기를 지적했다. 김 신부는 대학교수들이 사석에서 자신의 전공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듯이 사제들도 사석에서는 신앙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태도를 ‘사목을 일종의 전공이나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사제는 본당에서 신자들에게 “그 신부님 일 참 잘한다”거나 “일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참된 신앙인이 저러 하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사제들은 신자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신자 수 늘고, 교무금과 헌금이 많아지고, 레지오 잘 되고, 단체 잘 돌아가면 사목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깨어있는 신앙인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신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하면서 인기를 얻는 것은 올바른 사목자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신부는 신자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신부가 도와야 하는데 ‘내 사람 만들기’에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신자들과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하느님 체험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제가 개인의 취향에 따른 사목이 아니라 착한 목자로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목을 한다면 평신도 봉사자들을 양성함에 있어서 ‘사제의 사람’이 아닌 ‘하느님의 사람’을 만드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평신도 봉사자들은 주임신부가 바뀌어도 별 어려움이나 혼란 없이 지속적인 봉사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나아가 사제 스스로 성찰하도록 촉구했다. 사제들은 신자들을 어떻게 교육시킬까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이 신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제로서의 삶이 계속될수록 ‘나는 모든 것을 안다’, ‘신자들은 나를 따라야 한다’, ‘본당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체득되어” 사제와 신자 간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10년, 20년 사제로 살다보면 자신에게 성찰이 없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논평에 참여한 이재룡 신부(오류동성당 주임)는 착한 목자의 기본덕목을 제시했다. 공부하는 사제 되기, 교우들의 애환과 세상 알기, 하느님 섬김에서 기쁨 누리기, 겸손하게 그리고 충직하게 백성을 섬기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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