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예수여! 이 거리로 ② - 인천교구 월례 수요 미사 ‘사람’

오소서, 예수여! 이 거리로

쌍용차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 교회를 교회답게 하다

천주교 인천교구 월례 수요 미사 ‘사람’이 12월 5일 오후 7시 30분 올해의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폭설과 추위가 몰아친 날이었지만 40여 명이 모였고, 미사를 마친 뒤에는 정선녀 제주 강정공소 회장의 강의가 이어졌다.

▲ 인천교구 월례 수요 미사 ‘사람’이 12월 5일 오후 7시 30분 올해의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강한 기자

▲ 정선녀 강정공소 회장 ⓒ강한 기자
정선녀 회장은 ‘사도직협조자’(교구장의 공인을 받아 세상 안에서 활동하는 평신도 사도직)가 된 계기와 그동안 걸어온 삶의 궤적을 이야기했다. 그는 강정마을의 상황을 소개하며 “진실과 진리가 합일되는 곳이 강정”이며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재벌 삼성이라 해도, 사람과 인권,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거슬러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하느님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며 “강정을 지키는 사람들은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우리 구원을 위하여 사셨다는 진리를 믿는 이들로서,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말뿐만 아니라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
평신도와 성직자 어우러진 기획단이 미사 준비해

수요 미사 ‘사람’은 사회 현안을 참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며, 자기 삶을 성찰하고 실천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작년 10월부터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환경사목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그동안 팔당두물머리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대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미류 씨,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 판화가 이윤엽 씨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대훈 · 유범상 · 강정구 · 박노자 · 김동춘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도 강사로 초대했다.

이날 미사를 마치며 장동훈 신부(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많은 이들이 적당히 돈을 벌 수 있는 자리에 올라 피해 입지 않고 사는 게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요 미사 ‘사람’에 오신 분들은 다양한 삶이 있음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장 신부는 “종교는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세상’에서 받는 것과 다른 영감이어야 한다”면서 “수요 미사 ‘사람’은 모든 사람 각자가 하는 몫이 아름답고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12월 5일 수요 미사 '사람'을 공동집전한 이현수 신부(왼쪽)와 장동훈 신부 ⓒ강한 기자

장동훈 신부에 따르면 수요 미사 ‘사람’은 처음에 장 신부의 의지로 시작됐지만, 얼마 뒤에는 사회교리학교를 이수한 사람들과 수요 미사를 통해 만난 이들이 모여 ‘기획단’을 만들게 됐다. 장 신부는 기획단에 평신도와 성직자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의논해 미사를 준비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평신도들이 기획에 참여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실험을 많이 했다”고 봤다.

원래 인천교구청 지하 강당은 단상을 향해 책상과 의자가 나란히 배치된 전형적인 강의실이지만, 수요 미사 ‘사람’이 열릴 때마다 책상을 치우고 제대 중심으로 타원형의 자리를 만들었다. 매번 좌석 배치를 바꿔야 하고, 미사를 마친 뒤에는 원상 복구해야 하는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공동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장동훈 신부의 설명이다.

수요 미사 ‘사람’에 미사 음악 반주자이자 기획단 일원으로 참여해 온 이희영(루시아) 씨는 “오늘 미사에 함께한 사람들, 미사에 오지는 못했지만 함께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각지에서 작은 희망을 기대하며 인내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 이야기를 직접 전해주시러 찾아주신 강사 분들이 모두 생각났다”면서 “처음 시작했던 마음으로 2013년도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람’ 기획단은 지난 8월 강정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희영 씨는 “평화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던 지킴이들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기획단 모임이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는 그분들을 닮아 사회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동훈 신부는 “수요 미사 ‘사람’에 참석했던 분들을 이후에 콜트콜텍, 대한문 앞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면서 “‘사람’미사가 단지 교육에 머무르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미사가 신부 한명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여러 신부들과 평신도들이 어우러져 자체적으로 미사를 준비하고, 내년에도 잘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미사 일정>

- 대한문 미사 (매 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예정)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생명평화미사 (매 주 수요일 오후 12시, 명동 가톨릭회관)
- 인천교구 콜트콜텍 현장 미사 (매 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콜트악기 부평 갈산동 제1공장)
- 예수회 미사 '불을 놓는 불씨' (매 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신수동 예수회센터)
- 용산 생명평화 미사 (매 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명동 가톨릭회관)
- 765kv 송전탑 건설 백지화를 위한 생명평화미사 (격주 수요일 오후 7시(12/12, 26일), 밀양시 영남루)
-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미사 (매일 오전 11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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