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정평위, 사회교리 주간 기념 강연회 열어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강승수 신부)는 2012년 사회교리주간을 앞두고 지난 12월 4일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인 유흥식 주교의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신앙의 해와 사회교리’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 유흥식 주교 (대전교구장)
이날 강연회에서 유흥식 주교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유 주교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제일주의를 따르며 돈이 하느님 자리에 앉았다”고 평가하고 “돈을 중심으로 살면서 가족도 친구도 우정도 없는 세상은 꼴불견”이라고 질타했다.

유 주교는 “그리스도교에는 이기주의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면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새천년기>를 인용해 “교회는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모든 조직과 구성원들에게서 친교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회’라는 이름 아래 엉뚱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이웃사랑’의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 바로 ‘사회교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 주교는 특별히 환경문제와 관련해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자연환경은 우리가 후손에게 빌려 쓰고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훼손하면 되겠냐”며 “강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주교가 왜 정치문제에 관여하느냐?”고 몰아세운다면서 “정치공동체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지만, 인간의 기본권이 요구할 때 주교들이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유 주교는 “교회는 모든 것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보아야 하며, 특히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 없는 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흥식 주교는 이날 강연에서 "주교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릴 의무가 있음"을 밝혔다. ⓒ한상봉 기자

마지막으로 유흥식 주교는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선택하든지 선거에 기권하면 안 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또한 후보를 선택할 때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공동선을 위해 일했는지, 정직한 사람이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스님도 있고, 목사도 있고, 정교회 신부도 있는데, 가톨릭 사제만 없다”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개인 입장을 피력했다. 유 주교는 “교황님도 항상 북한의 굶주리는 이들과 남북통일을 위해 기도하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하며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하면 되겠느냐”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을지 말할 수는 없지만, 잘 생각해 보라”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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