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소공동체 소위원회,<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강연회> 마련


교회는 가장 가난한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 복음의 기초는 예수가 되어야 하며, 교회라는 나무의 뿌리는 소공동체임을 알리는 자리가 있었다. 지난 11월22일 주교회의 소공동체 소위원회에서 마련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강연회’에서 초대 강사 호세 마린스 신부는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가난하고 낮은 자를 통해 만나게 됩니다. 라틴 아메리카 교회는 작고 가난하지만 그 안에 그리스도가 현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는 하느님의 선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이날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강연회에는 37년 동안 세계 각 지역 교회를 순회하면서 소공동체 세미나 등 소공동체 운동을 벌여온 브라질 출신 호세 마린스 신부와, 2005년부터 영국 리버플 호프대학에서 소공동체를 연구해온 제리 프릭더 신부가 소동체에 대한 개념과 실제 소공동체 사목을 통한 경험을 얘기하고 나누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제리 프릭더 신부는 에쿠아도르에서 사목 활동을 하면서 소공동체 운동을 활성화시켰으며, 호세 마린스 신부는 1970년부터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 사목영성팀의 일원으로 활동해 왔다.


호세 신부는 부자가 점점 부자가 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때문인데, “우리는 그 가난의 원인을 판단해야 한다”는 요한 바오로 2세와 항상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헬더 까마라 주교를 예로 들었다.

호세 신부는 “까마라 주교는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왜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가난하느냐?고 하면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한다고 말했다”면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교회를 비난하기 위해 성직자를 이렇게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세 신부는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복음의 빛에 비추어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는 것, 식별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을 공동체에서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다는 것과 아픈 사람들이 병원도 약도 없다는 것을 보고 알아야 합니다. 직업도 없고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우리는 이제 그런 것들을 하느님의 뜻으로 식별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서 안에서 예수가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어떤 행동을 취할지 판단하고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3가지 단계를 공동체에서 함께 할 때 예수그리스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예수 시대’가 아닌 ‘지금 여기’를 살며 이웃과 나눠야

호세 신부는 한편으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가 아닌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말고, 이런 것을 성체를 통해 현실 속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모든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해야 합니다. 우리의 한계를 알고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보고 식별하고 판단하며 함께 나눌 때 공동체 안에서 연결되며 소통이 됩니다.”

제리 신부는 사목 현장에서 드러난 소공동체 운동의 실제에 대하여 증언하였다. 제리 신부는 가난한 사람이 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성찰하면서 자신이 맡았던 6만명에 이르는 신자와 40여개 지역을 소개하면서, 매일 한 지역을 방문해도 한달에 한번 신부를 만나지 못하는 신자들이 생기는 사목 현실을 토로하면서 소공동체의 필요성을 말했다.

제리 신부

“우리는 무료 병원을 한 군데 밖에 운영하지 못했어요. 많은 이들이 치료받지 못해 죽어갔는데, 어린 소년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어머니에게 안겨 나에게 왔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어린 소년은 살아났습니다. 그들은 아주 멀고도 외딴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사목 방문을 간 내게 그 어머니는 자신들의 유일한 먹거리였던 암탉을 선물했습니다. 그들은 가진 것을 다 내어놓으면서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이 가난한 이를 사랑하신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공동체는 함께 나누며 사는 것입니다.”

제리 신부는 본당은 큰 공동체이며 도시의 많은 본당과 신자들이 본당 공동체에 익숙하지만, 이런 공동체로는 복음적 삶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큰 공동체에서는 모든 사람이 익명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례 중에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는 하지만 이름을 묻거나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없으며, 더 이상 성당에 나오지 않는 가정이 생겨도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서 호세 신부는 제리 신부의 경험담이 아주 힘이 있는 이야기라고 말하면서 “우리 모두는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비슷한 도전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언제나 식별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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