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회에서 '성직자들의 우선적 복음화' 받아들여…사제단 합의안 발표
사제 인사 이동시 본당 간부진 대동하지 않고 혼자 부임할 것

천주교 마산교구(교구장 안명옥 주교)는 지난 11월 13일 열린 추계 사제총회에서 사제의 영명축일과 은경축 간소화, 사제 부임 관행 등에 대한 쇄신 권고안을 내놨다.

이번 권고안은 안명옥 주교가 총회에 앞서 “마산교구 지역 사제모임에서 사제들의 영명축일, 은경축 등 행사 간소화와 사제 부임 시 관행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이뤄졌다.

▲ 지난 11월 13일 열린 마산교구 사제총회에 참석한 안명옥 주교 (사진제공/마산교구)

이에 따라 지역 사제모임에서는 각각 토론이 진행됐으며, 대다수의 사제들이 쇄신안에 찬성한다는 논의 결과를 모아 13일 사제 총회에서 정리, 발표됐다. 합의 내용은 “영명축일, 은경축, 은퇴식 등 사제 개인에 관련된 행사를 극히 간소화시킬 것과 인사이동시 전임 본당 간부진을 대동하거나 이임지 본당 간부진이 맞이하는 관행을 없애고 사제 혼자서 부임할 것” 등이다.

사제 쇄신안 권고 내용, 평신도협의회 통해 모든 신자들과 공유할 예정

안명옥 주교는 총회에서 이와 같은 권고를 교회 쇄신 요청에 대한 작은 실천의 하나로 이어갈 것을 당부하면서, 사제들의 노력만으로 실행될 수 없는 문제이므로 교구 평신도협의회를 통해 모든 신자들과 공유, 자연스럽게 실행되도록 했다.

마산교구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9월 20일 열린 사제연수 강의에서 이제민 신부가 촉구한 ‘성직자들의 우선적 복음화’를 안명옥 주교가 받아들이면서 비롯됐다.

이제민 신부는 이날 발표에서 “교회 쇄신과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사제 권위주의와 성직자 중심의 사고가 극복되어야 하며, 사제들의 복음화와 쇄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민 신부는 강의에서 “동료 사제들이 영명축일이나 은경축 때, ‘교회와 하느님을 위해 일생을 다 바쳤다’고 말하는 것을 믿지만, 그 대가가 돈과 고급 승용차로 채워질 때는 슬픔을 느낀다. 그것은 스스로 하느님으로부터 받을 대가를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제들은 순명과 정결의 서약을 하였을 뿐 가난의 서약은 하지 않았다는 말이 화려한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사제가 가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다. 사제의 영명 축일을 본당 수녀들의 영명축일 수준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 지난 11월 13일 열린 마산교구 사제총회 (사진제공/마산교구)

마산교구 사제총회를 주관한 사무처 이형수 몬시뇰은 이번 권고안에 대해 “일부의 일이기는 하지만, 특정한 날에 차량을 제공받는다거나 축하금을 과하게 받는 등 허례허식이 이뤄졌다는 것은 교회로서 ‘스캔들’과 같은 일”이라고 밝히면서,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이며, 합의 결과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마산교구의 한 사제는 “교회 스스로 나쁜 관습을 이어가면서 어떻게 ‘쇄신’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비록 작은 움직임이지만, 쇄신은 작은 것으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이 사제들의 사목에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권고안은 사제총회 결과와 함께, 마산교구 사제단에 전달됐으며, 오는 1월 열리는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총회에서도 의미를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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