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12월 초 다시 방북할 예정

오는 12월 25일 평양 장충동 성당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성탄 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지난 11월 13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12월 초 개성에서 북측을 다시 만나 미사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평양 장충동 성당 (사진 제공/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북측과 공동으로 안 의사 생가 복원 및 추모 행사 개최하기로 협의

이사장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관계자 10명은 지난 11월 13일부터 17일까지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기념사업회는 평양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 기념행사를 북측과 공동으로 개최하고 안 의사 생가 터가 있는 황해도 신천을 비롯해 안 의사의 유적지인 해주, 남포 등을 답사했다.

기념사업회는 “벽돌만 남아있는 청계동 안 의사의 생가를 복원하고 <안중근 전집>을 출간하는 등의 공동 학술 행사와 추모행사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남북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100돌을 기념해 안 의사가 순국했던 중국 여순 형무소에서 공동행사를 개최하고 안 의사 생가터 복원 및 공동 학술 행사 개최를 합의했으나 당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변진흥 평화문화 재단 상임이사는 “보편교회로서 남북의 교류는 김수환 추기경 시절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라며 “이전 교류들의 밑바탕 위에서 이번 공동 성탄 미사도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 이사는 기념사업회의 이번 공동 미사에 대해 “매우 축하할 일이며 물꼬를 터서 근래에 정체되어 있던 남북 교회의 교류를 더 활발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남북 교회간의 소통을 열어야  

한국교회는 1984년 처음으로 주교회의에 ‘북한선교부’를 설치했고 다음해 ‘북한선교위원회’로 명칭을 바꾸었으며, 이를 계기로 대북선교 및 통일 문제에 관심을 기울기기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추계정기총회에서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이하 민화위)를 설치하고 김수환 추기경을 중심으로 대북지원 사업 등을 교회차원에서 다루었다. 1999년 주교회의는 ‘북한선교위원회’의 명칭을 ‘민족화해위원회’로 변경하고 2002년부터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 사업자’로 승인을 받아 1995년 설치한 서울대교구 민화위와 더불어 공식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교회교류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교회가 북한교회를 대하는 태도에는 북한 교회의 정통성과 진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2003년 당시 서울대교구장으로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던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을 방문한 조선가톨릭교협의회 및 장충성당 소속 신자 17명을 만나주지 않자 북측대표가 남측대표단에 공식 항의를 하는 등 갈등을 겪는가 하면, 2007년 5월 마지막으로 평양을 방문한 남측 천주교 대표단 배영호 신부는 주일 미사에 참석한 북한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던 것이다. 과거 1998년 김수환 추기경을 대신해 북한을 방문한 최창무 주교는 견진성사를 요청한 북한 신자를 “영세문서를 확인해야 한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의정부 교구)는 교도권과 관련해 “북쪽의 종교 활동이나 신앙 활동에 대해 확정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공동전례행위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신부는 “어떻게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측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남북이 서로 소통하고 하나의 교회를 만들어 가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1988년 6월 ‘조선천주교인협회’(2000년 1월부터 ‘조선카톨릭교협의회’로 변경)를 창립하고 같은 해 10월 평양 장충 성당을 건립했다. 북한에는 현재 3000여명의 천주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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