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의 교회문화 이야기]


‘셀프 헬프 인더스트리(self-help industry)’ 이 말을 처음 듣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필자도 얼마 전 인터넷으로 미국의 어느 라디오 방송을 듣다 알게 된 것이니 한국에서는 아는 분들이 많지 않으실 것이다. 그 방송 내용을 통해 이 말의 뜻을 유추해보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류의 책이나 프로그램처럼 스스로 자신의 문제와 약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강화하여 자신감을, 속되게 말하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시도들임을 알 수 있다.

물질적 욕망으로 경쟁력을..

내용과 방법은 서양의 분석심리학, 정신분석학, 동양의 요가, 정신 기술, 심지어 신비가, 수행자들의 가르침을 혼합한 것 까지 다양하다. 하도 궁금하여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에카 톨레(Eckart Tolle)의 책과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데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산업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숫자가 방대하고, 관련된 책, 음반, 워크숍, 세미나, 수행 프로그램, 강의, 물품 등의 매출이 천문학적이어서 붙인 것이라 한다. 아무튼 미국에서는 이 산업의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한다. 그리고 필자가 들었던 방송의 내용과 읽은 책들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을 미루어보면 미국 교회 안에도 이런 방법이 꽤 많이 퍼져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이리저리 찾아보니 우리 사회도 이런 류의 책과 상품들이 넘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가장 많은 것은 자기계발 관련 서적이었다. 형태는 다르지만 ‘~수련’, ‘~계발 프로그램’, ‘~계발 세미나’ 등도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유명하다는 책들을 읽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계발의 궁극적 목표가 물질적 성공인 경우가 많았다. 겉으로는 엄격한 금욕, 자기절제, 그리고 정신수양을 목표로 하는 듯해도 궁극에는 ‘물신(物神)’의 노예가 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는 도움이 되는 책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이런 류의 것들이 산업 범주에 드는 것은 그 내용 안에 감춰진 물질적 욕망 때문일 것이다.

십자가가 빠진 복음은

가끔 이러한 부류의 책, 프로그램, 운동들이 말하는 내용과 교회에서 선포하는 메시지들을 비교하다보면 소스라치게 놀랄 경우가 있다. 단어만 다르지 추구하는 바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수난과 십자가가 빠진 복음은 자기계발서적들이 선전하는 성공의 메시지들과 참으로 유사하다. 겉으로는 비우고 작아지는 것을 말하지만 정작 안으로는 성공하도록 촉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하게 말하면 자기 계발서들은 자본주의의 복음이라 할 수 있다.

만일 교회 안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 공모(共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가시 돋친 복음보다 위로와 성공의 메시지를 듣기 바라는 신자들과 예수님을 따르기보다 자신을 숭배하게 만들면서 그 대가로 복을 빌어주는 제사장들이 작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보면 교회는 자연스레 ‘셀프 헬프 인더스트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천주교가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사는 것을 반가워만 할 수 없다. 우리의 이미지가 그들의 욕망을 대변해주는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더 이상 우리를 만나도 회심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나긋나긋해진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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