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3년간 남한 천주교회의 정치세력화(2)

민족사 안에서 흔적을 남긴 해방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적 측면을 오는 8.15일 광복절까지 다루려 한다. 우리 역사와 백성들 안에 육화하시는 그리스도의 음성이 어떠하실 지 가늠해 보고 지금 여기를 사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행해야 할 회개와 쇄신의 방향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먼저, 해방 공간에서 미군정 통치하 남한 교회의 모습을 5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 미군정 3년간 남한 천주교회의 정치세력화 >

1. 한국교회의 미군정에 대한 우선적 선택

2. 교황청과 미국의 동반자적 관계

3. 반공사상투쟁의 선두주자, 한국천주교회

4. 한국천주교회의 정치세력화

5. 남한단독정부의 수립과 교회의 정치적 태도

▲ 방주교 환영식

미국인 교황사절의 파견과 반공친미 단독정부 수립

한국천주교회가 미군정 및 이승만 계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더욱 영향력을 준 것은 바로 교황청이었다. 미국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이미 한반도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중에서 현실주의적 국무성 관리들이 주장했던 정책이 트르만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줄곧 기본방침이 되었다. 그 내용인즉, 한반도는 미국의 안보에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판단아래 첫째, 미군에 의한 한반도의 전체 혹은 부분적 점령이고 둘째, 군사정부에 의한 단일통치단계를 거쳐 이 권한을 신탁통치국들의 감독아래 친미적인 한국인정부로 옮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진행과정에서는 미군의 점령단계와 단독정부 수립으로 축약되었다.

신탁통치과정은 이승만 계열의 끈질긴 남한만의 단독정부 찬탈음모와 국제정세에 둔한 중도 우익 민족주의 계열의 반탁운동과 미군정의 정책변화로 실행되지 못하였다. 특히 미군정의 대소련 반공정책과 이승만 계열의 반공단독정부 수립 의도는 반공산주의 선전에 부심하고 있던 교황 비오 12세의 영향아래 있는 한국천주교회와 입장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이미 남한 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관한 입장이 사회주의/민족주의 계열과 친미반공주의 계열이 나누어져 있는 상태에서 1947년 8월, 로마교황청에서 사절(使節)을 남조선에 보낸 것은 사실상 분단정권을 사전에 승인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더구나 사절로 남조선에 입국한 방(方)주교는 미국 메리놀전교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입장과 교황청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방주교는 환영식에서 “조선신도 여러분은 반드시 여러분의 신국가(新國家)를 건설하시는 현단계에 있어서 그리스도적 인생관과 도덕관을 가장 충실히 파악하시고 이 그리스도 신앙으로부터 이 도덕적 진리를 신조선국가 건설에 실지로 구현시킬 모든 역량과 용기를 얻으실 줄 확신하는 바입니다”라고 답사를 하였는데, 이는 교황청의 뜻에 따라서 반공친미정권의 수립을 위해 노력하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방주교가 장면(張勉)을 도와서 남한단독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승인받을 수 있도록 애썼다는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승만은 방주교와 두터운 우의를 맺고 장면으로 하여금 교황을 방문하여 감사의 뜻을 전하게 함으로써 그 은혜에 보답했다. (노기남 주교의 일지를 보면, 방주교는 노주교와 함께 이승만을 여러차례 방문하여 유대를 강화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 교황 비오 12세

교황청과 미국 : 세계평화를 위한 동반자

당시 교황청과 미국정부와의 친밀한 관계는 1947년 당시에 교황 비오 12세와 트르만 대통령이 “인류의 신앙을 재건하고 영원한 세계평화를 수립하는데 협력하자”는 서약의 서한을 교환한 데서 찾을수 있다.(<가톨릭청년> 1947년 9월호 42면 참조)

 

트르만 대통령의 서한

1) 나는 금일 세계의 가장 기본문제는 신앙의 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류의 모든 권리와 보호자인 교황은 이 문제에 있어서 협력해 줄 것으로 믿는다.

2) 영원한 세계평화는 기독교의 원리에서만 수립되는 것이다. 나의 목적은 전 인류가 전체주의 철권통치(인용자 풀이)아래서 생활하지 않는다는 신앙을 고취시키는 데 있다.

3) 나는 세계에서 전쟁과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도덕적 세계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전 세력의 단결과 도덕적 십자군의 건설을 요구한다.

비오교황의 서한

1) 귀관의 신앙재건과 세계평화 수립에 관한 서한은 세계평화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주고 그들의 신앙을 한층 견고하게 할 것이다.

2) 신을 추방한 국가가 인간의 모든 권리를 보장하게 된다면 인류는 그후 노예상태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전쟁을 초래할 것이다.

3) 나는 귀관과 신앙의 재건과 세계평화 수립에 관하여 전력으로 협조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한상봉 편집국장 20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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