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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손으로 쓱쓱, 내 공간 내가 바꾸기[꼴베의 행복한 선물-11]
조상민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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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0.29  20: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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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꼴베입니다.

며칠 전 24절기 중의 하나인 '상강'이 지났죠? 오늘 남산을 보니 이곳저곳이 곱게 물들었더라고요. 주변에 결혼들은 어찌나 많이 하는지 가벼워진 지갑이 높아진 하늘 따라 날아다닐 것만 같은 가을도 점점 깊어갑니다.

저는 요즘 을지로의 한 우동집에서 일하는 중입니다. 이곳은 저소득층에게 소액대출과 창업지원을 해주는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적기업인 '신나는 조합'에서 운영하는 창업교육현장이기도합니다. 저도 몇 달간 일하며 가게운영 등을 배우고 있는데요, 가을을 맞아 가게에 저만의 선물을 해주려고요. 일명 <적은 비용 큰 기쁨, 가을 인테리어 개편>입니다. 인테리어라고는 해도 장식 몇 가지를 바꾸는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분위기는 확실히 바뀔 테니까요. 한 번 보실래요? 꼴베의 행복한 선물 출발!

   
▲ 개편 전 가게모습 ⓒ조상민

가게 살림이 넉넉지 않아 가을 개편에 허락된 돈은 단 돈 15만원! 최소한의 재료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하는 미션입니다! 이단 헌트 요원이 된 기분으로 머리를 최대한 굴려봅니다. 일단 천정부터! 천정은 형광등과 백열조명이 섞인 직접 광인데다 대나무와 사케팩, 온갖 전선들이 엉켜 매우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상황입니다. 제 진단은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공사가 크다, 일단 안보이게 가려버리자 입니다.

   
▲ (왼쪽부터) 천장 장식 작업, 장식이 끝난 후 모습 ⓒ조상민

동대문에 가서 천을 끊어와 지저분한 천장을 가리는 동시에 간접 광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막상 동대문에 가니 수백만 가지 화려한 천들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멘붕 상태에서 1시간동안 헤매다가 안 되겠다 싶어 아무 무늬도 없는 광목천을 끊어왔습니다. 천의 폭을 반으로 자르고 이미 매달려있던 대나무에 중간 중간 살짝 늘어지도록 달아주었더니 황포돛 느낌의 천장 장식이 완성되었습니다. 화려한 무늬보다 무지천이 오히려 주황색과 잘 어울리고 간접 광으로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 벽면 그림 장식 ⓒ조상민

벽에 산만하게 나열되어 있었던 온갖 메뉴들과 사진들은 싹 정리해버렸습니다. 메뉴는 모든 자리에서 잘 보이는 곳에 하나로 통일하고 벽은 깔끔한 일본풍 그림만 걸어놓으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일본고전회화 그림파일을 다운받아 며칠에 걸쳐 여러 번 살펴봤습니다. 너무 일본색이 강하면 손님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사무라이 같은 것은 빼고 그저 슬쩍 일본 느낌만 나는 것으로, 수천 장 중에서 맘에 드는 예쁘고 무난한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4점을 낙점, 적당한 크기로 천에 실사출력을 했습니다. 출력 가격은 2만원!

   
▲ 벽면 장식 전과 후 ⓒ조상민

다른 장식을 다 빼고 그림만 걸어놓으니 2만 원짜리 치고는 꽤 운치 있죠? 저 그림속의 아리따운 여인과 따뜻한 사케 한 잔 하고 싶네요.

   
▲ 메뉴 그림 그리는 중 ⓒ조상민

메뉴는 원래 사진을 넣은 현수막으로 두 장을 뽑아 앞뒤로 볼 수 있게 할려고 했는데, 인쇄용 일러스트 파일 만들기도 귀찮고 돈도 아낄 겸 천장에 쓰고 남은 천에 직접 쓰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중. 저건 글씨가 아니라 그림입니다. ㅋㅋ 비용은 0원.

   
▲ 메뉴 완성 ⓒ조상민

완성된 메뉴를 주방입구에 붙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간혹 글씨가 어지러워 알아보기 어렵다는 손님도 있습니다만, 대표메뉴도 간단히 그려넣었고 나름 만족입니다.

   
▲ (위)음식 그림을 그리고 채색하는 작업 , (아래)완성된 그림 ⓒ조상민

임시로 사용했던 골판지 메뉴판을 떼어내니 자리가 휑하여 음식 그림으로 자리를 메꾸기로 결정. 대표메뉴인 우동과 규동을 그리는 중입니다. 역시 채색작업이 어렵군요. 최대한 비슷하게 그려보려고 애쓰는 중인데 마카색도 충분치 않고…. 끙끙대는 중. 그리고 드디어 완성된 그림입니다. 그림 밑에 음식이나 식사에 대한 멋진 격언을 넣어보려고 인터넷을 한참 찾았는데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지 못해 제 마음대로 적어보았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고 하죠? 먹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니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 개편 후 가게 모습 ⓒ조상민

가을개편이 마무리된 사진입니다. 산만한 밥집에서 분위기 있는 술집으로 바꿔보려고 컨셉을 잡았던 건데 그렇게 보이시나요? 이 외에도 선반도 만들어달고 외부에 배너도 새로 만들어 다는 등 다른 여러 가지도 진행했지만 지면의 한계 상 생략했습니다. 예산 15만원에 천장, 벽, 외부 홍보물까지 총 비용 10만원으로 개편작업을 마쳤으니 30%이상 절감한 셈이네요. 손발이 고생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느껴집니다. 이제 손님만 많이 오시면 참 좋겠는데요. 하하!

늘 손에 쥐는 작은 선물만 작업하다가 이번 선물은 조금 통 크게 갔죠? 시간도 일주일을 예상했는데 이래저래 3주나 걸려버렸습니다. 그래도 전보다 깔끔해진 모습에 가끔 손님들이 알아봐주시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여러분들도 일하시는 곳이나 가정에 바꾸고 싶은 곳이 있으면 사람 부를 생각마시고 직접 한 번 꾸며보세요. 조금 부실하거나 허접하면 어떻습니까? 내 공간인데요.

어떻게 바꿔야할지 잘 모르겠다고요? 제가 미켈란젤로의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미켈란젤로는 화강암덩어리를 보면 그 안에 갇힌 사람이 보인다죠? 자기는 그 사람을 꺼내주는 것뿐이라고요. 우리들은 그 정도 천재는 아니니까 미켈란젤로보다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일단 바꿔야 할 곳을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한두 번 생각해보고 ‘모르겠다’ 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씩 틈날 때마다 그 곳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관심과 마음을 쓰는 겁니다. 그럼 처음엔 전혀 막연하고 떠오르지 않던 것이 뭔가 조금씩 보인답니다. 이미 바뀐 모습이 슬쩍 뿌옇게 보였다가 조금씩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신기하죠?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면 어느순간 방법이 탁 떠오르는 거랑 비슷합니다. 하하!

그럴만한 여력과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분들은 평소 좋아하는 멋진 그림이나 사진을 출력해서 지저분한 곳을 가릴 겸 걸어놓기만 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질 거예요.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있는 공간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답답한 환경을 남들이 언제 바꿔주나 기다려봐야 끝끝내 안 바뀌더라고요. 공간도 마음도 인생도 내가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어야 바뀌는 법입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 인빅터스, 윌리엄 E. 헨리

꼴베의 행복한 선물, 끝!

조상민 (꼴베, 예수살이공동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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