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유신정권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 당했을 때 YS(김영삼)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쳤다. 1992년 민자당 경선 때 김영삼 후보는 이종찬 후보와 경합을 벌였다. 6공의 황태자라 불리웠던 박철언과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이 이종찬 후보 편에 섰다.

YS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칼을 빼 들었다. YS의 충성스러운 검찰은 박태준의‘포철왕국’과 박철언의 비리를 뒤졌다. YS의 대통령 취임 보름 후 TJ는 조용히 일본으로 출국했다. 오랜 유랑의 시작이었다. 박철언은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감옥에서 1년4개월을 보냈다. 그는 감옥에 가면서 “새벽이 왔다고 소리치면서 닭의 목은 왜 비트는가”라고 항변했다. 박철언은 YS의 대사를 묘하게 비틀었다.

이 두 사건은 한국 정치사상 가장 처절한 경선 정치보복이라고 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암울했던 시대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종종 인용되는 말이다. 절망의 벽 안에서 희망을 부르는 외침이 되곤 했다.

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까마득히 오랜 전에 있었던 일인 듯 낯선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TV만 틀면 46일간의 그 여정들을 리바이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와 며칠 동안은 TV도 보지 않았다. 암울한 심정은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46일간이 지난, 그 후 며칠 사이에 더 심해졌다.

하지만 선택은 끝났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하나 소망하는 것은 참여 정부가 시작되고 줄곧 들어왔던 "내가 뽑았지만 정말 그리할 줄 몰랐다"라는 말만은 듣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새 시대를 향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었던 유권자 중 누구하나 "그래, 내가 대통령 하나는 잘 뽑았어"란 말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만났던,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랬다.

'국민 성공시대'를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 집권하면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유권자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정치를 펼쳐나가길 진정 바란다. 물론 취임 전 특검에 의해 정치판은 또 한번 난장판이 되긴 하겠지만...... 또 하나의 심판인 총선도 있기에 희망을 버리진 않는다.

새벽을 부르는 수탉은 조용히 잠이 든다. 제 보금자리, 나뭇가지에 올라가.

진정 새벽은 언제나 열릴까! 



상인숙 2007-12-21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