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 'MB의 추억', 김재환 감독, 2012년 10월 18일 개봉, 65분.
<MB의 추억>이라는 썩 내키지 않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하긴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의 눈 부릅뜬 두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도 ‘어찌 살인이 추억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영화 포스터의 해맑은 대통령님 얼굴을 보며 중얼거린다. ‘MB가 추억이 될 수 있을까?’

<MB의 추억>은 보는 내내 헛웃음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다. ‘몰래카메라 친화적인 레스토랑’으로 지상파 방송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허구를 들춰낸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 작품이다. <MB의 추억>은 “하늘이 무너져도 대한민국 경제, 반드시 살려놓겠다”고 약속하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이명박의 모습과 그의 집권 5년 동안의 한국 사회 곳곳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물가는 치솟고 오히려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시장 상인들, 택시기사의 모습을 비춰주지만, 한편으로는 이명박 후보가 자기 가게에 찾아와 국수를 먹는 사진을 자랑스럽게 식탁에 붙여놓고 지금은 박근혜 씨를 지지한다는 상인도 등장한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명박 대통령 관점에서 말하는 내레이션이 이어지지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어 계몽영화라는 느낌도 든다. “정치가 젊음을 굴리는 게 아니라 젊음이 정치를 굴려야 합니다. 어느 당이든 좋으니 투표하십시오” 하는 방송인 김제동의 호소에 이어, 대통령 선거 과정을 다룬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청년 실업자들의 분노와 서러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 같은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 달라”고 외치는 최수종의 웅변이 강렬하다. 여기에 후보 시절의 MB까지 가세한다. “또 다 됐다고 투표 안 하려고 하면 큰일나는기라, 이거야. 악착스럽게 가야 돼요! 아시겠지요?”

그러나 ‘정치에 무엇을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전세계적 경제위기와 장기불황의 시대에 유권자들은 정치인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까? ‘7% 성장, 4만 불 소득, 세계 7위 경제’ 따위를 기대할 수 없음은 명백해 보인다. 짧은 영화 한 편에 이런 큰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MB의 추억> 전단지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이 영화는 “되어야 할 사람을 뽑기 이전에 되어선 안 될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말할 뿐이다.

<MB의 추억>을 보는 내내 ‘거짓말쟁이!’ 하는 외침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어차피 정치, 선거란 ‘거짓말 올림픽’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두 달도 채 안 남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각축전이 한창인데, 5년 뒤에 우리는 누구를 어떻게 ‘추억’하게 될까?

<MB의 추억>은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강릉 등지에서 상영 중이다. 서울에서도 극장 두 곳에서만 상영되고 있을 뿐이지만, “연일 매진”이라는 대중의 호응에 힘입어 상영관을 늘려 이달 말까지는 관객을 기다린다. 비슷한 제목의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이정황 감독)도 10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 <MB의 추억>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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