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나 공공자산이 특정종교의 선교목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특히 기독교의 무리한 전도활동으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함께 공유하면서 즐겨야 할 공공장소마저 많이 오염되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덕분에 그동안 관행으로 묵인해오던 공공장소에서의 선교행위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06년 5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자들 중 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5인이, 갑자기 교인들이 찾아와 큰 소리로 예배를 보는 것에 대해 “그 종교의 교인이 아니며, 예배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예배를 강행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냈다. 경찰서는 ‘유치인 인성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매주 수·일요일 특정교회의 방문 및 종교의식을 허용해 왔다고 한다. 난처해진 경찰서가 공개적인 예배를 중지하려 하자 교회 사람들이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단위 경찰서 차원의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진정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전 공지 및 동의 없이 유치인에게 일률적으로 종교행사를 하는 것은 명백히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며, 유치인의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의식 참여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기본인데, 폐쇄되고 한정된 공간에서의 종교의식은 특정종교의 종교인이 아니거나 종교의식을 원치 않는 유치인들에게 특정종교의 강요가 되며, 큰 소리로 예배를 보는 경우에는 소음 및 종교 강요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20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기본권 조항을 위반했다고 규정하고 시정 권고를 결정했다.

그 후 유치장의 공개예배를 중지하라는 경찰청장의 공문이 전국의 일선경찰서에 하달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오랫동안 막무가내로 해오던 공공장소에서의 공개예배를 시민의 기본권 되찾기 의지로 공식 중단시킨 첫 사례이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국립대 내의 특정종교 시설도 구설수에 올랐다. 2001년 3월 서울대학교가 20평 정도의 교내 방갈로 시설을 세미나실 명목으로 서울대기독교수협의회에 배정한 것이 올해 1월 한국일보에 보도됨으로써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기독인회관’이라는 간판을 걸고 예배ㆍ기도ㆍ종교교육 등 실질적으로 종교활동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치하였을 뿐 아니라, 전기ㆍ수도 요금 등 유지비용까지 서울대측이 부담해왔다고 알려져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민원 공문에 서울대측이 당초 배정 목적에 맞게 세미나 공간으로만 사용할 것, 인근 천문대 등 타기관의 연구에 지장을 주는 기도행위 등 금지, 그리고 종교시설로 인식되는 입간판 등 제작ㆍ설치 금지 등을 약속하는 선에서 잠정적으로 수면 밑으로 잠기기는 했지만, 기독교인들이 한다는 세미나의 내용이 과연 무엇인지, 더 본질적으로는 국립대학 내에 특정종교인들만을 위한 시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다.

공공개념의 이해수준은 지적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가보다. 하긴 영부인이 되려는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11월 중순 시내 모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교인들은 (이 후보가) 당선되면 청와대 내에 교회를 지으라고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우리가 들어가면 청와대 전체가 교회가 된다. 요즘 오히려 기독교가 역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까지 실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그렇다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7월 NGO리서치가 조사한 ‘종교지도자 설문조사’에서 “공공장소에서의 선교행위가 시민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응답이 스님의 경우 절대다수인 97.3%인 반면, 목사는 49.4%, 신부는 53.5%로 절반 정도인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불교가 얼마나 이 문제로 시달려왔는지 정신적 혐오감이 극에 달했음을 확인해 주는 반면에, 기독교는 그리 싫지는 않은 것 같아 묘한 대조를 이룬다.

수년 전 한겨레신문이 인터넷사이트에서 실시한 “시내 번화가나 전철역 등 통행이 많은 곳에서 불특정 시민들을 상대로 종교전도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91.4%가 “시민불편, 소음공해니 단속해야”라고 답했고, “종교탄압이므로 단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8.6%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종교오염 없는 쾌적한 공공장소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또 청와대나 국립대 같은 상징성 있는 공적 장소가 특정종교인들의 예배장소로 변질되게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서울역ㆍ전철역ㆍ공원ㆍ학교앞ㆍ길거리 등에서 자신들의 종교선전을 위해 타인들의 쾌적한 삶을 빼앗는 무례한 행위를 더 이상 묵인하지 않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 박광서: 서강대 교수, 종교법인법제정추진시민연대 공동대표
* 2007/12/09 [12:18] ⓒ rnlaw.co.kr 동시게재 

 박광서 200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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