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오후 4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서울역 광장에서 열려

▲ 서울역 노숙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사진전이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문양효숙 기자

노숙인들이 직접 찍은 사진에 해설을 덧붙인 사진전 ‘서울역, 길의 끝에서 길을 묻다’가 10월 17일 오후 4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 철회를 위한 ‘서울역 공대위’에서 준비한 이번 사진전은 노숙인 5명이 10월 5일과 6일 이틀간 서울역 곳곳에서 자유로이 사진 촬영을 한 후 한 명당 두세 장의 사진을 출품해 전시했다. 사진작가가 된 노숙인들은 서로의 사진을 보며 감상을 나눈 후 이를 녹음하고 글로 정리해 각각의 사진에 첨부했다. 소박한 거리 사진전에는 그렇게 노숙인들의 작고 낮은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커피 한잔의 여유’, ‘서울역 응급 구호방’을 제목으로 두 장의 사진을 전시한 권오대 씨는 자신이 찍은 총 12장의 사진 중 이 두 장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작년 겨울에 급하게 만들어졌던 응급 구호방은 지금은 문을 닫고 창고로 쓰이고 있어요. 서울시가 만들어 놓고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거죠. 작년 겨울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100명이 잘 수 있는 공간에 200명이 넘게 자기도 했고요. 행인들에게 방안이 보이지 않도록 창문을 높고 작게 만들었어요. 너무 작게 만들어서 환기도 안 되고 냄새가 나니까 밖이 너무 추워도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또 잠을 자는 곳이니까 당연히 씻을 곳도 있어야 했는데 그런 시설을 만들지 않았어요.”

‘나락의 끝’이라는 작품은 사진에 담긴 장소가 서울역인지 잘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낯선 공간 한 자락이 프레임에 들어와 있다. 사진을 찍은 박왕우 씨는 서울역 뒤편 어디쯤이라는 그곳에서 처음 보는 젊은 노숙인이 뛰어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발목을 잡았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결국 잡지 못했어요.”

노숙인 연대운동 단체 ‘홈리스 행동’ 박사라 활동가는 “일반 시민들과 노숙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사진전을 개최한 취지를 밝혔다. 덧붙여 “사진 한 장을 통해 노숙인들이 바라보는 서울역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를 시민들에게 단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동료 노숙인들에게는 공동행동을 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서울역 응급 구호방, 권오대 작, <사진제공 :홈리스 행동 >

▲커피 한 잔의 여유, 권오대 작 <사진제공 : 홈리스 공동행동>

▲ 월세없는 방, 박왕우 작 <사진제공 : 홈리스 공동행동>

▲ 나락의 끝, 박왕우 작 <사진제공 : 홈리스 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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