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 청소년사목이 겪는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주일학교 참석률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입시 교육이라는 외부 환경 탓도 있지만, 주일학교 프로그램이 중고등학생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교리 중심의 주일학교 방식에서 벗어나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현재도 서울대교구의 작은공동체운동, 대전교구 중심의 PESS 프로그램, 안동교구의 청소년 견진 교리, 마산교구의 찜운동, 몇몇 교구의 또래 사도 양성 등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0년 넘게 서울대교구 중고등학생사목부가 추진해온 작은공동체운동은 담당 사제가 바뀌면서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아직 역사가 짧아 성패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편, 아직 참여률이 크게 낮지 않은 초등학생 대상 사목은 위기의식이 덜해서인지 아직도 주일학교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첫영성체 가정교리가 확산되고는 있으나, 첫영성체 대상 학생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교구 심곡본동본당과 부개2동본당에서 초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두레터’는 눈에 띄는 사례이다. 신앙을 앞세우지 않고도 문화적 접근을 통해 어린이들의 생명력을 북돋아주면서 하느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 나아가 비신자 청소년을 아우르고 장애 청소년과의 통합교육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도 청소년사목의 중요성과 심각성 때문에 2006년 가을 정기회의 결정에 따라 전국위원회로서 청소년사목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지금까지 한 일은 2007년 2월의 한일청년교류모임, 8월의 제1회 한국청년대회이다. 아직까지는 청소년사목보다는 청년사목에 더 주력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더 이상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교회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청소년사목에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교회 청소년들을 교회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주일학교라는 낡은 모델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구와 본당에서 주일학교를 대체할만한 다른 모델이 마땅치 않다며, 주일학교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주일학교 모델처럼 단 한 가지 모델을 통해 청소년사목을 해결하려는 유혹이다. 주일학교를 대치할만한 새로운 모델을 누군가가 만들어내고 그 효과가 검증되면 이를 일괄적으로 본당사목에 곧바로 적용하게 되기만을 기대하는 것이다. 같은 연령층의 청소년이라도 지역과 상황에 따라 토양이 다른데 같은 프로그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똑같은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각자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목적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는 교회 안에서 다양한 청소년사목의 시도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원리와 기준은 필요하다. 그 동안의 시도들에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원리와 기준을 제시하고, 모두가 이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결정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사목은 다양한 청소년사도직운동의 활성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운동에서 필요한 건 교사가 아니라 영적인 동반자요 협력자들이다. 둘째, 부모들의 참여와 동반이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사목이 가정사목이나 소공동체사목과 통합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두레터의 예에서 보듯이 신앙교육 넘어 청소년들의 전인적 개발에 도움이 되어 학업에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만일 새로운 청소년사도직운동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학부모와 청소년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지금여기 200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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