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김용길 기자

가끔 큘로 아저씨에게 전화하는 아이가 바로 ‘미’입니다. 까사미아 문이 열려있는지를 알고자하는 전화입니다. 하루는 아저씨가 미에게 먼저 문자를 날렸습니다. “미야, 바나나 먹으러 와라.” 그러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저씨, 까사미아 문 열었어요?” “그럼.”

잠시 후 미는 빙수 컵을 손에 들고 까사미아에 나타났습니다. “동생 니는 잘 있냐?” 하고 묻자, “일주일 동안 유치원에 안 가다가, 오늘 엄마한테 야단맞고 유치원에 갔어요.”합니다.

미의 엄마는 러시아 사람입니다. 지난주에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국에 오셔서 동생 니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신나게 먹다가 살이 너무 많이 쪘다며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러시아말을 조금씩 엄마에게 배우고 있는 미와 니 자매입니다. 아직은 말을 잘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해서 외할머니와 할아버지와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어릴 때 러시아를 방문한 자매는 가끔 외갓집을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이다음에 크면 공부하러 러시아에 간다고 합니다.

마당에서 아저씨와 아줌마가 절편을 먹고 있는 것을 보자, 미도 떡을 좋아한다고 해서 같이 먹었습니다. 미가 떡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아저씨가 얼른 위층으로 가서 카메라를 가져왔습니다. 카메라를 보자 어느새 담벼락 뒤로 숨는 미. 이에 포기할 아저씨가 아니지요. 미가 다시 파라솔 밑으로 돌아오자 아저씨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가을 햇살은 참으로 따사롭고 그 햇살 아래서 떡을 입에 물고 있는 미의 모습이 너무도 예뻤습니다.

ⓒ김용길 기자

잠시 후 또래 민과 서가 오자 안으로 들어가서 보드칠판에 신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놀이가 학교 놀이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는 행동을 어쩌면 토씨하나 빠트리지 않고 재연하는지 마치 학부모로 참관수업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빡빡한 수업에 지치는 아이들의 현실을 액면 그대로 볼 수 있는 순간입니다. 선생님 역할을 맡은 아이가 열심히 설명하지만 학생들은 괘념치 않고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선생님 질문에 즉각 대답을 못하자 여지없이 야단맞습니다.

아저씨가 간식으로 스파게티를 주자, “아저씨가 우리가 다 컸다고 스파게티 많이 준거예요?”하며 미가 좋아합니다. 아저씨가 초딩보다 중딩 친구에게 스파게티 양을 더 많이 주는 것을 눈썰미로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옆에 있던 민이가 그 말에, “우리가 다 컸다니, 우린 아직 어리잖아?” “아니야, 9년이나 살았잖아.”

아이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저씨, 아줌마에게는 반말하고 편하게 대하는 아이들이 1~2년 차이 형, 언니, 오빠에게는 깍듯하게 존댓말을 합니다. 그러니 9년이나 살았으니 벌써 다 큰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지요.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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