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들을 때, 신문을 읽을 때 살~짝 궁금했던 핵발전에 대한 몇가지

지난 여름,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에는 10대 청소년 5명이 동행했습니다.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3명. 부모님을 따라 온 경우도 있고 혼자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 중 김시혁, 신영준, 양준하 3명의 초등학생은 순례 도중에 듣는 이야기가 조금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최선을 다해 답해주겠다 약속했습니다.(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밝디 밟은 얼굴로 동행해 준 예쁜 벗들에 대한 작은 예의였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아뿔싸! 막상 답하려니 기자의 과학지식, 얄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어떡하지~?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물리책을 펴보지 않았는데~? 평소 종잇장처럼 얇은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트레이드 마크로 살아온 기자에게 늘 열외였던 ‘과학 세상’ 인데~? 어찌되었든,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입이 방정입니다.) 고백하자면 처음엔 고상한 책들과 더불어 인류의 미래를 한탄했건만 기사를 작성할 즈음 손에 쥐고 있던 책은 초등학생 대상 과학책들이었다는~. 그리하여, 먼저 이 지면을 (화면을) 빌어서, 어린이들(의 수준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쉽고도 재밌게 과학상식을 전달해주신 세상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배꼽인사를 올립니다. 꾸벅~!

그간 뉴스에서 핵발전소 관련 보도가 나오면 한번쯤 궁금하긴 했지만 검색 창에 두드려볼 적극성까지는 갖지 않았던, 아이들이 방사능이 뭐냐고 물어보면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야”를 반복했던 이 땅의 많은 (기자와 같은) 어른 및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자, 그럼, 지금부터 “핵발전에 관한 초간단 상식 7가지, 그것을 알려주마!” 시작합니다.

1. 핵발전소가 맞나요? 아님 원자력 발전소가 맞나요? 간판에는 전부 원자력 발전소라고 되어있는데 사람들은 왜 핵발전소라고 하나요?

공식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라는 명칭을 씁니다. 물론 '핵 발전소'도 같은 의미지요. 그렇지만 ‘핵=핵무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이미지를 위해 정부 쪽에서는 ‘핵 발전소’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Nuclear Weapon'은 ’핵무기‘, ’Nuclear Power Plant'는 ‘원자력 발전소’라 번역하거든요. 하지만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핵무기나 핵발전소가 다 똑같이 인류와 지구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핵발전소’라는 용어를 사용한답니다.

2. 말이 너무 어려워요. 중수로, 핵연료봉, 원자로 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헉, 이것이야 말로 과학적으로 무지한 기자를 머리 싸매게 한 바로 그 질문! 종잇장처럼 얇은 과학지식의 실체를 드러낸 바로 그 질문입니다요. 음, 뉴스에도 간혹 나오는 단어니까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그러니까 이런 용어들은 모두 핵발전소의 구조와 원리, 이런 것들과 연관이 있어요. 위의 그림을 볼까요? 기본적으로 핵발전소는 핵이 쪼개지면서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듭니다. 중성자를 원자핵에 퉁~부딪히면 핵이 쪼개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 거지요. 그런데 이게 한번 쪼개지면 계속 쪼개지는, 일명 ‘연쇄반응’이란 걸 일으켜요. 볼링핀이 넘어지는 구조, 도미노가 넘어지는 현상, 손오공의 분신술에 비교할 수 있겠네요.

에너지를 내는 원리자체는 핵폭탄이랑 똑같아요. 그런데 왜 폭발하지 않을까, 궁금하시죠? (안 궁금하신 분은..음.. 다음 질문으로 건너뛰시면 됩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위 그림의 큰 테두리는 격납고, 안에  있는 것은 원자로입니다. 압력솥 같죠? 원자로 안에는 핵원료를 싸고 있는 핵연료봉, 제어봉, 냉각재, 감속재 등이 들어있어요. 제어봉, 요게 뭐냐면 핵연료들이 엉겨 붙어서 불이 붙지 않도록 사이사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왜, 한 개 씩 불이 붙은 성냥을 서로 붙이면 불이 화르륵~! 엄청 세지는 거 보셨죠? 비슷합니다. 그걸 막아주는 거지요. 감속재는 속도를 줄여주는 재료라는 말입니다. 누구의 속도를 줄이냐면 바로 중성자예요. 중성자는 느리게 움직일수록 핵분열이 잘 일어나거든요. 주로 물을 사용하는데 어떤 물을 쓰냐에 따라 경수로, 중수로 이렇게 나눠요. 경수는 가벼운 물이란 뜻이죠? 일반 물이예요. 중수로는 무거운 물이란 뜻이겠죠? 물 분자가 수소 하나를 더 안고 있는 건데요, 일반 물에서는 1/6500 정도밖에 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전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운전 중이거나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80% 이상은 경수로를 쓴답니다. 뉴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간혹 나옵니다. 경수로, 중수로. 이제부터는 고개를 끄덕이셔도 돼요. 어쨌든 원자로는 물로 가득차 있다는 걸 기억하시면서 3번으로 넘어갑니다.

3. 왜 핵발전소는 바닷가에만 짓나요?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정말! 옆의 지도를 보면 핵발전소는 전부 바닷가에 있군요. 그래서 전문가(라고 기자가 정의내린 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대요. 첫째, 일단 위치상 도심에서,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핵발전소는 국경지역에 많아요. 최대한 자기 국가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이지요.

둘째, 핵발전소에는 물이 아주 많이 필요해요. 일단 물은 감속재로도 쓰이고,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물을 끓여 그 열로 전기를 만들거든요. 또, 물로 원자로 안에서 뜨거워진 핵연료봉을 식히기도 하지요. 이것을 냉각수라고 해요. 이렇게 데워진 물은 바다로 다시 방출하는데 이를 ‘온배수’라고 부릅니다. 위 원자로 그림에서도 냉각수가 들어가서 다시 온배수로 나오는 거 보이시지요?  온배수는 온도가 40도가 넘는데 시간당 70만톤이 방출된답니다. 그래서 쭈꾸미로 유명한 영광 앞바다에는 핵발전소에서 내뿜는 이 온배수 때문에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쭈꾸미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4. 방사능이란 무엇인가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루인가요? 방사선이랑 다른 건가요?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라는 것도 하던데 그럼 이로운 것 아닌가요? 방사능이란 얼마나 해롭나요?

네, 방사능, 방사선, 방사성 물질, 요게요게 비슷하게 생겼는데 무언가 헛갈리지요. 좋은건가? 나쁜건가? 하고 말입니다. 정리해 볼까요.

방사성은 ‘방사하는 성질’ 정도로 얘기할 수 있어요. 방사성 물질은 우라늄, 플루토늄, 라듐, 세슘 등 이 있고요. ‘방사능 물질’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예요.

방사성 원자들은 충격을 받으면 막 흥분해요, 흥분하면 사람이 화를 내뱉듯이 알갱이나 빛을 훅 내뿜고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 때 방사성 원자가 내 뿜는 것이 바로 방사선이랍니다. 즉, 방사선은 ‘방사성 원자들이 내 뿜는 입자, 혹은 전자기파’ 정도로 설명할 수 있어요. 알갱이 형태인 알파선, 베타선, 빛 형태인 감마선, 엑스선 등 종류도 다양한데, 이 중 엑스선과 감마선은 우리 몸 속 깊이 파고 들어올 정도로 힘이 세죠. 기본적으로 방사선은 다 해로워요. 하지만 우리 생활에 사용됩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를 비롯 일회용 주사기나 수술용 고무장갑 소독에 쓰이기도 하고, 음식물에 방사선을 쪼여서 세균을 죽이기도 합니다. 물건을 통과하니까 비행기의 고장을 알아낼 때도 쓰이지요.

이런 방사선은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답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방사선에 노출되지요. 주로 공기나, 물, 태양, 땅에서도 방사선이 나와요. 원자들이 흥분하면 항상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몸에서도 미량이지만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어요. 놀랍지요? 이런 걸 자연 방사선이라고 해요.

다시 말하지만 자연방사선을 포함한 모든 방사선은 원칙적으로 생명체에게 해로워요. 세포를 손상시키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지요. 46억년 전 지구 탄생이후 생명체가 출현하기 까지 10-20억년정도가 걸렸는데 그게 원시지구에 가득 찬 방사능이 제거돼야 했기 때문이래요. 지금도 우주로부터 끊임없이 방사선이 들어오는데 오존층이 차단해주고 있어요.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뿜는 능력이예요. ‘피폭’이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마선이나 엑스선은 물론, 베타선도 피부 및 안구에 영향을 줍니다. 이렇게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외부 피폭’이라 합니다.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거나 공기를 마실 때 몸속에서 일어나는 ‘내부 피폭’도 있답니다. 땅이나 공기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다면 장기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테고, 천천히 쌓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 더 위험하겠지요.

얼마나 해로울까요. 기준은 있습니다. 밀리시버트(msv)라는 어려운 단위를(아악~!) 사용해서 병원진료를 빼고 1년에 1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병원에서 X선 촬영을 할 때도, CT를 찍을 때도 당연히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자세한 기준치는 옆의 기사 “의학적으로 안전한 방사능 피폭기준치는 '0'이다”의 표를 참조하세요. ) 그런데 문제는 이 기준을 누가 정했느냐 하는 거예요. 의사일까요? 아니면 과학자? 노노~ 아닙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국제원자력방호협회(ICRP) 기준치를 참고로 각 국가들이 정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지요. 기준이 애매~하거든요. 환경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일단 방사능에 노출되면, 수치나 확률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합니다.

6. 방사성 폐기물은 뭔가요? 어떻게 처리하나요?

일단 방사성 폐기물은 중저준위와 고준위 폐기물,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뉜답니다. 중저준위는 병원이나 연구소, 핵발전소 직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교체 부품 등 상대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적은 폐기물을 말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은 것들이지요.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고준위 폐기물은 쓰고 난 핵연료를 말하는데 이건 핵분열을 일으킨 물질이라 방사성 물질이 아주 아주 많습니다. 핵발전소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냅니다. 그리고 이것을 밀봉된 상태로 10M정도 깊이의 대형 수조에 5년 이상 넣어둡니다. 핵폐기물은 너무 뜨거워서 식히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려요. 그런데 점점 수조가 꽉 차겠지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아직 옮길 곳을 찾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이렇게 위험한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예요.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지금 경주에서는  위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동굴처분 방식'으로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처음 얘기한 완공 날짜인 2010년 6월을 훌쩍 넘겼는데도  여전히 공사 중이예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죠. 이런 핵폐기물은 콘크리트로 꽁꽁 싸서 지하수가 흐르지 않는 단단한 지반에 300년을 보관해야 하는데, 지금 공사하는 곳은 지하에 물도 많이 흐르고 지반도 약하거든요.

그럼,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요? 다른 곳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이렇게 위험함 것들을 가지고 얼마나 깊게, 얼마나 단단하게 묻어야 그제서야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7. 지금도 여름 되면 전기가 끊긴다고 하는데 핵발전소가 없어지면 우리에게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마련하란 말인가요?

"핵발전소가 아니면 우린 촛불을 켜고 살아야해!” 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퍼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전기가 부족해서 핵발전소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 에 있지 않답니다. 

핵 발전은 한번 가동하면 발전량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요. 그럼 전기가 남을 때가 있겠죠? 그래서 남는 전기를 최대한 싼 가격에(얼마 전까지는 전기생산원가 이하였다는) ‘심야전기’로 팔아요. 주로 공장을 가동하는데 쓰이지요. 이렇게 원가 이하로 공급한 심야전기로 사용량이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가 어려우니 그만큼 전기를 더 생산하게 돼요. 그러면 거기에 맞춰 또 전기를 만들어내야 해요. 어머, 정말 끝이 없습니다. 필요해서 만드는 건지, 만들었으니 필요가 있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라고나 할까요. 물음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의 네온사인은 꼭 밤새 그렇게 번쩍거려야 할까요? 공장은 정말 그렇게 밤새 돌려야 할까요? 그래서 일하는 이들은 밤에도 올빼미가 되어 일해야 할까요? 꼭 그래야 할까요~?

자, ‘그것을 알려 주마’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더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 제게 메일로 질문을 주십시오” 라고 당당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질문 사절입니다.  ‘공부는 스스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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