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이영찬 신부]

ⓒ 진달래산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투표권이 있는 주민 천여 명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일부 주민과 해녀 80여 명을 매수하여 전체 주민이 동의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법원에 제출한 것을 법원이 인정하였다. 해군과 법원이 기본적인 헌법을 왜곡 날조한 것이다. 그리고 치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고 환경법, 문화재법, 기본국민권리를 무시하며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국해군기지가 아니라 분명히 미국해군기지다. 이에 대한 증거는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밝혔다. 유튜브에 나와 있는 대정부 질의 동영상에서 장하나 의원은 제주해군기지가 미국해군기지인 증거로, ‘미 사령관이 미항공모함이 접항할 수 있는 기준의 설계를 요청’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답변자로 나온 국무총리나, 국방부장관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거짓이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5만톤 크루즈 두 대가 동시에 접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을 만든다고 거짓 선전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 7대 뿐인 15만톤급 크루즈 중에서 한 대 정도가 일 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수준으로 아시아에 온다고 한다. 그러한 크루즈가 동시에 2대 기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이라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속임수이며, 세계적으로도 민·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군기지는 없다고 한다. 강정에서의 공사는 미국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가 ‘세계 7대 경관’에 합격했다고 자축이 대단하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특별히 7대 경관을 선정하는 주최자’가 누구인지도 불확실하며 7대 경관의 기준조차도 발표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7대 경관과 동시에, 세계 환경수도로 환경이 가장 잘 보존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제주도청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환경재앙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적어도 제주 남쪽 바다는 쑥대밭, 초토화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바로 하와이, 괌이 그 좋은 예다. 하와이의 군기지 전문 환경가 백구한 씨가 잘 설명하고 있다.

백구한 씨는 하와이의 지하수가 전면 오염되고 진주만 해군기지 바다에서는 수영만 해도 병에 걸릴 정도의 오염 실태를 보고하고 있다. 경제발전이 있다는 것도 외부의 자본가들의 배만 불려주는 경제발전이고 실제 토착민들은 그들의 청소부나 호텔 종업원 정도로 임금착취,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는 국방부 소속 사람들과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인 부루스 커밍스, 국제정치와 환경 전문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앤 라이트, MIT 석좌교수 노암 촘스키 등의 전문가들에게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 남쪽은 전체가 군사기지화 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정권자들은 패권주의, 자기확장주의, 힘의 논리로 무기경쟁, 시장확보전쟁을 하고 있다. 타협과 대화로서 상생공존하는 이 시대에, 무력과 금력으로 상대국을 제압하려는 야만인들의 행태를 두 나라 정권이 하고 있고, 우리나라 정권이 그러한 미친개들의 아수라장에 끼어들겠다고 하는 곳이 바로 제주 미해군기지 건설이다. 해군기지건설은 명백한 불법이며 악이다.

 ⓒ 진달래산천

교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성직자나 신자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무기경쟁을 분명히 단죄하고 있다. 불행히도, 천주교 내의 일부 성직자와 신자들도 ‘유비무환’을 외치며 힘이 있어야 평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수회 박홍 신부가 그 좋은 예다. 그는 공적인 자리인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군기지건설을 찬성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천주교의 사회교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이미 한국이 군사력으로 세계 7위의 강국이고 경제력은 10위권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군사력은 조화롭지 않다고 강조한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것은 천주교의 사회교리를 어기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가톨릭의 가르침과 상충되는 근거는 간략하게 다음과 같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에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명의 무차별 살상을 일으키는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이렇게 선언하였다.

“과학 무기의 발달로 전쟁의 공포와 잔혹성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런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 행위는 정당방위의 한계를 훨씬 벗어나는 막대한 무차별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도시 전체나 광범한 지역과 그 주민들에게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다.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 받아야 한다.”(사목헌장, 80항).

교회는 또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이렇게 가르친다.

“많은 사람들은 무기의 비축을 가상의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을 국가 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 같은 전쟁 억제 수단과 관련하여 막중한 도덕적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 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315항).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군비 경쟁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회칙 <민족들의 발전>에서 이렇게 가르쳤다.

“지금 얼마나 많은 민족들이 기아에 울고,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빈곤을 당하며 얼마나 많은 문맹자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가? 또 사람들은 학교다운 학교, 병원다운 병원, 주택다운 주택들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가? 그런데 공적·사적인 낭비, 국가나 개인의 허영 된 지출, 치열한 군비 경쟁이 웬 말이냐? 본인은 이 사실을 명백히 지적할 중한 책임을 느낀다. 너무 늦기 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이 경고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바오로 6세, <민족들의 발전>, 53항).

강우일 주교의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신학적 성찰에 대해서는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42)

 ⓒ 진달래산천

강정에서는 매일 거리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올리고 있다. 미사는 무엇인가? 바로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리는 예절이다. 예수님의 삶은 가장 작은 이의 인권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미사의 핵심은 가장 작은 이들이다.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행동이 있을 때 미사는 가장 거룩해지며 본래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가장 작은 이들, 강도 만난 이들이 가장 거룩한 존재라면 그곳이 어디든 거룩한 곳이며 그곳에서의 미사는 가장 거룩한 미사가 되는 것이다. 죄악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정문이야말로 가장 거룩한 곳 중의 하나이다. 강정의 가장 거룩한 곳에서 매일 미사가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잃은 양, 가장 작은 이, 강도 만난 이! 이 셋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예수님, 거룩함, 미사, 이 셋 역시 같은 뜻을 지닌다. 거룩함이 이러한 의미라면 강정마을 전체가 거룩한 곳이다. 교회나 성직자가 이와 같이 잃은 양, 가장 고통 받는 이, 강도 만난 이들을 중심으로 사도직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가톨릭신앙과, 미사의 본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재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가장 고통 받는 이, 강도 만난 이들이 중심인가, 아니면 고통을 창출하는 자들, 강도들이 중심인가? 교회나 성직자는 가장 고통 받는 이들, 억울함에 짓눌리는 이들, 강도만난 사람들을 사도직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사랑과 정의를 생각하는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버드대학교 철학, 경제학과 교수인 아마르티아 센의 말을 새겨들어야하지 않겠는가? “완전한 정의를 찾기보다 명백한 불의를 막아라!”

이영찬 신부 (예수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