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그림 에세이]


기표는 기의에 결코 가 닿지 못한다
닿은 듯 보여질 뿐이다
말은 본질에 가 닿지 못한다
그저 오래 같이 지낸 사람들만이 늘 사용하는 몇 단어에 익숙해질 뿐이다
"나 지금 아무 불만 없어"는
"사실은 나 너무 불만이 많아 폭발 직전이야"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말의 전도 현상
"언제 한 번 밥 먹자"는 "글쎄 뭐 그게 가능하겠어?" 말의 굴절 현상
"내일 전화할께" 사실은 전혀 그럴 맘이 없었는데...
말이 행동을 이끌기도 한다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고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우회해서...말해야 한다
때로는 말 없음이 더 많은 걸 말해주기도 한다
엉뚱한 오해와 지레 짐작의 불필요한 해석...
말하기의 버거움이란...
서로 다른 말을 하는데도 곡예하듯... 소통을 한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 걸까?"
무수히 반추하고 복기하며 맥이 빠져 보낸 휴일

 

윤병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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