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핵투위 손성문 신부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 여론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고시했다"

9월 14일 지식경제부는 2011년 12월 원전 후보지로 선정됐던 경북 영덕군 영덕읍과 강원 삼척시 근덕면을 신규 원자력발전소 예정구역으로 확정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일대에 대한 세부 지질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지역주민 공청회 등이 실시될 예정이며, 이 과정을 거쳐 두 지역에 '천지원자력발전소'(영덕), '대진원자력발전소'(삼척)라는 이름으로 각각 1500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4기 이상이 건설될 예정이다.

▲ 영덕 핵발전소 부지 중 한곳(왼쪽)과 영덕핵투위 손성문 신부 ⓒ문양효숙 기자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확정 고시를 약 3개월 앞당겨 기습 고시함에 따라 탈핵을 주장해 왔던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이하 영덕핵투위) 공동대표 손성문 신부(안동교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정책을 넘어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런 중요한 문제를 지역 주민과 아무런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고시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손성문 신부는 "오늘(9월 14일) 2030년까지 완전 탈핵을 선언한 일본을 비롯해, 탈핵은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하고 "2010년 발표한 전력수급계획에는 신규 부지가 필요 없는데도, 작년에 갑자기 후보지로 선정한 것은 전력 수요를 부풀려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려는 것은 핵마피아들의 농간"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경상북도는 대단위 핵 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상북도는 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지난 2009년 7월 정부에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서를 제출하고 2011년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산업 포럼과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오는 2028년까지 12조 7000억 원을 투자해 대단위 핵산업 단지 조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영덕핵투위는 성명서를 통해 "더이상 1기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낡은 핵발전소를 폐쇄하여 탈핵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영덕 군민들은 결사 항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덕핵투위는 앞으로 시내 곳곳에서 핵발전소의 문제점에 대해 거리 영상홍보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탈핵 교육 자료 제작 배포 등 핵발전소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한편, 삼척에서는 원전 유치 책임을 묻기 위한 김대수 시장의 주민소환투표가 시행될 전망이다.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는 9월 13일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가 제출한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 수가 발의 충족 요건인 19세 이상 유권자의 15%인 8983명보다 541명 많은 9524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수리하고 김대수 시장에게 20일 내에 소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김대수 시장의 소명서가 수리되면 10월 4일 주민소환투표를 발의 공고하고 10월 24일 또는 31일에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되면 결과 공표시까지 시장 권한은 정지된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대수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상임대표 박홍표 신부(원주교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결과 삼척시민의 65%가 반대하고 있는데도 정부에서 대진원전 예정구역 지정고시를 강행한 것은 삼척시장 주민소환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술수"라고 지적했다. 박홍표 신부는 삼척 주민소환투표에 대해 "핵발전소를 유치하려는 현 시장과 그것에 반대하는 이들과의 싸움"이라 설명하고 "토론, 홍보전 등 모든 노력을 집중해서 주민소환투표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부지선정 작업을 3~4개월 앞당겨 끝낸 것은 주민소환투표로 시장직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삼척시장과 탈원전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이번 대선에 발현될 것을 염려하는 원자력 마피아의 초조함의 표현"이라 비판하며 "신규부지 취소와 삼척시장 소환, 가동 중인 원전의 단계적인 폐쇄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오는 10월 20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다'를 주제로 핵 없는 사회를 원하는 공동행동의 날 행사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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