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의 주말 영화] 빔 벤더스 감독, 8월 30일 개봉, 상영 중

 
그녀와 처음 만나는 분을 위해

피나 바우쉬. 1940년 독일 출생. 1973년 부퍼탈 무용단 예술감독 및 안무가로 취임. 이후 연극과 무용을 결합시킨 독특한 형식 안에 현대인의 실존과 슬픔, 고독, 광기를 그려낸 위대한 예술가.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바우쉬 공연으로 <그녀에게>(2003)의 오프닝과 엔딩을 마련함으로써 무한한 경의를 보낸 바 있다. 2009년 암 진단을 받은 지 5일 만에 갑작스레 사망하여, 부퍼탈 무용단을 비롯한 전세계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제작 과정 이야기

빔 벤더스는 1985년 피나 바우쉬의 <카페 뮐러>를 보았을 때의 감격을 이렇게 말한다. "처음 피나의 무대를 보았을 때 나는 믿기지 않는 아름다움에 압도되었다. 나는 그 마법을 스크린에 옮겨 놓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허락을 얻은 뒤에도 26년의 기다림이 더 필요했다. 당시의 기술로는 무대의 역동적 에너지와 공간감을 온전히 담아내기가 어렵다고 그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춤이 영화관에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을 찾은 것은 2007년이었다. 그에게 영감을 준 영상물은 <U2 3D>였다.

촬영 개시일을 이틀 남겨두었을 때 빔 벤더스는 피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오랜 친구를 잃은 슬픔에 빠졌고 그녀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라 판단하여 영화를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피나와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 충격과 슬픔에 젖어 있던 부퍼탈 탄츠테아터 무용단원들이 그를 설득했다. 그 결과 피나 없는 피나의 영화, "피나를 위한" 영화 <피나>가 우리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애도란 무엇인가

▲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다섯 번째 책 '피나 바우쉬―두려움에 맞선 춤사위'. 요헨 슈미트 지음, 이준서 옮김, 을유문화사, 2005.
"만약 우리가 무언가를 상실했다면, 그 결과의 의미는 우리가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는 것, 우리가 욕망하고 사랑했다는 것, 우리가 우리 욕망의 조건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했다는 것이다. …… 애도는 자신이 겪은 상실에 의해 자신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 수도 있음을 받아들일 때 일어난다." (주디스 버틀러, <불확실한 삶>)

무대가 있다. 무용수들이 춤춘다. 하지만 보통의 무용 기록영화가 아니다. <피나>를 3D 기술로 현장감을 극대화한 댄스영화로만 본다면 반쪽짜리 감상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녀의 존재로 인해 생의 조건이 바뀌었음을 느낀 이들이 만든 애도의 영화다.

<피나>의 감동은 상처가 생생하게 노출된 표정에서 나온다. 빔 벤더스는 무용수와 카메라를 일대일로 배치하고 이들의 얼굴을 찍었다. 클로즈업 영상에서 배우(무용수)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익숙치 않음, 어색한 시선 회피. 그러나 이들은 이를 이기고 카메라 앞에 설 만한 어떤 내면 상태 안에 있다.

빔 벤더스는 날것 그대로의 표정 위로 이들이 회상하는 피나를 흘려보낸다. 피나와 함께한 시간만큼 이야기는 끝도 없이 흘러나올 것이다. 이들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할 말이 너무나 많지만 말할 수 없다. 아직은, 아직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기다려 준다면 눈물, 침묵과는 다른 형식의 언어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이것이 바로 애도의 침묵과 진실에 가장 근접한 상태가 아닐까.

마침내 이들은 무용이라는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한 무용수는 말한다. "이 가벼움의 순간, 무중력 상태의 느낌을 전해 주고 싶어요." 또 다른 목소리. "피나가 없는 삶? 그게 뭔지 나는 몰라요." 목소리의 여운 속에 바우쉬의 대표작 <봄의 제전>,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 <보름달>의 가장 기억할 만한 장면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것만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극장을 찾을 가치는 충분하다.

음악과 움직임, 이 영상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피나의 부재를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대체 어디에서 고혹적인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가? 두리번거리지는 마시길. 객석에 앉아 있는 그대가 바로 피나라고, 이 모든 앙상블이 당신에게 속삭이고 있다.

그녀를 떠나보내기 어려운 분을 위해

다큐멘터리 <A Coffee with Pina>를 추천한다. 김동원의 노래로 알려진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고은 작사, 김민기 작곡)에 맞춰 춤을 추는 피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잎 진 가로수가 늘어선 유럽의 가을 풍경이 덤으로 따라온다.

 
 

진수미(카타리나)
시인, 한국문학과 영화를 전공으로 삼고 있다. <달의 코르크마개가 열릴 때까지>, <시와 회화의 현대적 만남>을 썼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출신. 작은형제회 <평화의 사도> 편집위원으로 일하면서 가톨리시즘이 담긴 시를 같은 지면에 소개했다. 덧붙여, 시는 영혼이고 영화는 삶이다. 펄프 향 풍기는 ‘거기’서 먼지와 정전기 날리는 ‘여기’로 경로 이동 중. 덕분에 머리는 산발이지만 약간 더 명랑해지고 조금 덜 외로워졌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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