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의 보탐리 교육국장 "두물머리는 유기농 학습장으로 더없이 좋은 흙과 물을 지닌 곳.. 여기에 정부는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1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영국 유기농 학습장 '가든 오가닉'(Garden Organic)의 마지 레나슨 연구소장, 호주 유기농 학습장 '세레스'(CERES)의 에릭 보탐리 교육국장, 중국 성도 에코마을 제인 트사오 유기농무역조합연맹 홍보국장이 환경농업단체연합회 관계자들과 함께 두물머리를 방문해 농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9월 14일 오후 5시, 자진철거가 끝난 두물머리를 방문한 이들은 두물머리의 흙과 위치 등을 살펴보며 "유기농 교육장으로 더없이 좋은 곳"이라며 "이런 곳에 정부는 대체 무엇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두물머리 미사 터에서 최요왕 농민이 두물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이후 마을회관으로 옮긴 간담회에는 두물머리 농민 4명과 지역 주민,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두물머리 대안연구단, 밭전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농민 서규섭 씨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표는 유기농을 지키기 위한 두물머리에서의 투쟁 과정을 소개하며 "오늘 우리가 만난 것은 운명적이다. 여러분의 오래된 경험을 나눠 달라"고 말했다. 농민 측과 대안연구단은 정부와의 최종 합의 과정에서 유기농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세레스와 라이튼 공원 등을 벤치마킹한 생태학습장을 제안했고, 8월 14일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이 서명한 합의서에는 "(가칭)'생태학습장' 조성은 영국의 라이톤 정원,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을 참고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어서 두물머리 대안연구단의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은 연구단의 조성배경과 과정, 성과에 대해 설멍했다. 최동진 소장은 "농민들이 처음 연구소를 찾아왔을 때 정부는 많은 돈과 전문가들을 내세워 농민들을 공격하고 있었다"며 "농민들의 꿈과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전문가들의 비전이 필요했고,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 밑그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안연구단은 약 6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모여 농민 측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를 함께 만나며 두물머리의 역사성,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교육을 중심에 둔 '생태학습장' 안을 완성했다.

▲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왼쪽 줄 가운데)이 대안연구소가 생태학습장 모델을 만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최동진 소장의 설명을 들은 세레스의 보탐리 교육국장은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이상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왜 강가에서 유기농을 금지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고, 오가닉 가든의 레나슨 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이렇게 오랜 싸움을 해낸 분들과 우리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다. 5, 6월에 유기농 축제가 열리는데 그때 영국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농민 최요왕 씨는 "우리는 투쟁의 결과물로 생태학습장을 시작하고 있는데 세레스는 어떻게 출발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보탐리 교육국장은 30년 전 사회통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시작된 세레스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여러 가지 실험과 동네 사람들의 경작이 계속되었으나 처음 4년간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7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기운이 모아졌다"며 "코끼리가 새끼를 낳을 때 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팔당공대위는 세레스, 오가닉 가든, 성도 생태마을과 보다 긴밀한 지원과 활발한 소통을 약속하는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 (왼쪽부터) 중국 성도 에코마을 제인 트사오 유기농무역조합연맹 홍보국장,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표, 영국 '가든 오가닉'의 마지 레나슨 연구소장, 호주 유기농 학습장 '세레스' 에릭 보탐리 교육국장이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였다. ⓒ문양효숙 기자

한편, 이날 오후 경기 양평군 양서면사무소에서는 8명으로 구성된 '생태공원조성을 위한 민간 협의기구'의 첫 번째 회의가 열려 협의체의 운영규약을 논의했다. 2주 후에는 세레스와 라이튼 모델을 중심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간 측 위원으로 참여하는 이상헌 한신대 교수는 "정부 측에서는 올해 안으로 합의된 안을 만들어 조성사업을 시작하기를 원하지만 유기농의 정신이 살아 있는 생태학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팔당공대위는 오는 9월 20일 오후 7시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5층 니콜라오홀에서 팔당 농지보존 활동을 돌아보고 두물머리의 비전을 모색하는 '매듭의 날' 행사를 연다. 방춘배 팔당공대위 사무국장은 이날 행사에 대해 "그간 두물머리와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 두물머리에 생태학습장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나누는 자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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