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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되고 싶은 가을아침에[기도하는 시-수추]

   
 ⓒ박홍기
 

햇살이 되고 싶은 가을아침에

-수추

이 가을을 어디에서 맞이할까?
가을이면 기도하고 싶다던
이국땅의 어느 시인은 공원에서
낙엽이 구르는 것을 보고 인생의 이치를 깨닫고
우리 땅의 어느 시인은 호송차에 갇힌 채
노동하는 산야를 바라보며 삶을 묵상하네.
저녁밥 짓는 연기에서 삶의 우묵한 기쁨에 젖고,
낫을 가는 아비의 손끝에서 생의 엄숙함을 배운다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장엄하고
햇살은 앞마당에 썰어놓은 호박을 말리면서
명랑하고
바람은 기운을 실어 사람들을 일터로 부르네.
세상엔 앉아서 세상을 읽는 이들이 있고
세상엔 움직이며 세상을 맛보는 이들도 있다네.
세상엔 혼자서 사색하며 공상에 빠지는 자도 있고,
세상엔 세상을 나처럼 어루만지는 자들도 있다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Sympathy와 Empathy는 다르다고. 앞말은 밖에서 서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고, 뒷말은 그 사람 안에서 함께 느끼는 공감능력이라고요. 이제 막 가을을 맞이하면서 세상 안에서 특별히 가난한 이들, 누추하지만 아름다운 눈물을 자아내는 풍경 속으로 함몰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람이 되어, 그 세상이 되어 뒹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던 거지요. 그렇게 합일을 갈망하는 것은 내 자신이 하느님께 함몰되기를, 그래서 그분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온전해지기를 이 가을 부끄럽게 소망해 봅니다.

수추 壽醜 (당분간 필명을 쓰려 합니다. 수추는 황석영의 소설 <가객>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다시 없을 천상의 음률을 얻었지만 바닥에 내려앉을 때까지 세상에 위로가 되지 못했던 가객이지요. 그가 붙잡았던 그 모든 것을 여의었을 때, 그는 참으로 참다운 사람이 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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