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의 주말영화]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벤, 에디슨, 아인슈타인, 피카소, 처칠, 디즈니, 성룡, 톰 크루즈.
이들의 공통점은 ‘난독증’으로 어린 시절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다. 난독증이 있다면 지능과 시력이 정상임에도 언어와 관계되는 신경학적 정보처리 과정의 문제로 글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다. 종이 위의 글자는 각각 쪼개져서 날아다니며 춤을 추고, 난독증을 앓는 아이는 글을 배워도 읽을 수가 없다. <지상의 별처럼>은 난독증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인 인도영화다.

8살 이샨은 글을 깨우치지 못해 수업시간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교사들을 애먹인다. 이샨의 독특한 상상력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 정도고, 교사들에게는 문제아로 낙인 찍혀 결국은 학교에서 쫓겨난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부모는 엄격한 기숙학교로 이샨을 보내고, 아이는 혹독한 교육의 낯선 환경에서 말을 잃어간다. 두려움과 자괴감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이샨 앞에 어느 날, 미술 교사 니쿰브가 나타나고, 그는 단번에 이샨의 난독증을 알아차린다.

 
<지상의 별처럼>은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는 착하고도 어쩌면 고리타분한 명제를 인도 볼리우드 뮤지컬의 틀 안에 영리하게 녹여낸다. 지난해 꽤 화제가 되었던 인도영화 <세 얼간이>에서 얼척없는 천재 공대생 란초 역을 맡았던 아미르 칸이 처음으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세 얼간이>의 후속처럼 보인다. 주인공이 모든 영예를 뒤로 하고 시골학교의 교사로 조용히 지내며 수많은 발명품을 만드는 얼굴 없는 발명왕이 되었다는 <세 얼간이>의 결말이 <지상의 별처럼>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샨이 난독증으로 글자는 못 읽을지언정 보통아이들을 뛰어넘는 타고난 상상력과 색감으로 미술 천재이며 누구보다도 영리한 아이임을 알아채는 정의로운 교사 니쿰브는 자신의 재능을 공익적으로 쓸 줄 아는 란초의 미래형이다. 볼리우드 영화의 스타배우인 아미르 칸이 학생들의 자살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자신의 토크쇼에서 인도 사회 저변의 문제들을 고발하는 등의 활동으로 인해 지성을 겸비한 배우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영화 감독 데뷔는 깊은 연관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세얼간이>가 경쟁만이 최선인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가득했던 코미디였다면 <지상의 별처럼>은 보다 진지한 교육용 드라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63분으로 인도영화로서는 평균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길다.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른들과 친구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이샨의 외로운 일상을 소개하는 전반부가 1시간이나 되고 영화가 중반쯤 진행된 후에라야 니쿰브 선생이 등장한다. 볼리우드 특유의 뮤지컬은 니쿰브 선생으로부터 나오지만,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일반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난독증을 가진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컬러는 경이로우면서도 특별한 경험이다. 여기에 니쿰브 선생과 함께 하는 춤과 노래의 순간은 볼리우드 영화 특유의 재미와 매력을 한껏 드높인다.

 
영화는 전 인구 대략 8%가 겪는 난독증이라는 읽기장애 증상이 지능장애와는 상관이 없음을 알리는 계몽성 영화답게 행복한 결말로 관객을 웃기다가 울리다가 숙연하게 만든다. 활약하는 캐릭터들은 전형적이어서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고리타분한 교사들과 파격적인 임시 교사의 구도 사이에 주인공 꼬마를 배치해 긴장과 이완을 거듭한다. 그렇지만 이건 볼리우드 영화! 왜 인도가 한 해 천 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되는 세계 최대 영화 강국이고, 전 세계적으로 인도영화의 재미에 푹 빠진 관객들이 그토록 많은지 이 영화는 말해준다. <지상의 별처럼>은 이해 받지 못하는 아이의 슬픔과 성취감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는 영화적 힘을 가졌다.

바보인 줄 알았다가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카스트 제도가 공고한 인도 사회에서 상위계급 아이에게만 가능할 일일 것이며, 모든 난독증 아이들이 어떤 방면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몇 가지 씁쓸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일반아이와 장애아이가 한 학급에서 수업을 받으며 사회적 다양성을 미리 체험하고 받아들이자는 주장, 읽고쓰기가 공부 잘하기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교육영화로서 썩 훌륭하다. “소리치지 말고 따뜻이 맞아주세요. 세상엔 나 같은 아이가 더 더 많아요”라고 노래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우리 한국사회에 더 절실한 듯하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동국대, 수원대 출강 중.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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