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그림 에세이]

▲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에 다녀왔어요
남한강 북한강이 사이좋게 만나 어우러지는 곳
무성한 초록이 생명을 노래하는 곳
생명을 길러내 생명을 살리는 곳
매일매일 하느님께 미사가 드려지는 곳

페북에 미사 소식이 날마다 올라오는 것을 보며
뭐 때문에 저리도 간절히 기도할까? 궁금하고
나도 미사 드리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 드디어
저도 901번째 미사에 참석했어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제 기도로 두물머리가 지켜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는 아침 일찍 손에손에 부들을 들고 초록 사이로 행진했어요
춤을 추면서 말이죠
어떤 아저씨가 경찰아저씨들을 들러리로 세워놓고……
두물머리의 강제철거를 개시한다는 으스스한 말을 낭독하며 으름장을 놓았어요
겨우 종이쪼가리에 적힌 몇 마디 말로 이 생명의 합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 어이없는 일이네요
우리는 이상한 아저씨들 앞에서 열라 춤을 추고 노래했어요
이 생명의 파티에 함께하시지 않을래요? 유혹하면서 말이죠

우리에게 참다운 먹을거리를 길러내 제공해주는 이 아름다운 생명의 땅을 싸그리 밀어내고
자전거도로와 시멘트 광장에 나무 몇 개 꽂아 놓은 공원을 만든다네요 고작……
어떡하죠? 이 이상한 아저씨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릴 수 있을까요?
삭막하기 그지없는 아저씨들의 마음에 어떻게 생명의 기운이 스며들게 할까요?
그래서 이 무지막지한 시대의 조종을 언제쯤 울리게 할까요?
가슴이 아프네요

으름장만 놓고 일단 물러간 아저씨들이 언제 도둑처럼 쳐들어올지 몰라……
네 분의 농부님과 몇몇 사람들이 남아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어요
저는 그저 하룻밤 소풍 가듯 다녀왔지만……
어떻게 두물머리를 지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요

제가 아는 사람들……
양기석 신부님(팥빙수 맛있었어요^^), 맹주형 샘, 하승수 님, 이희정 님,이현주 님, 그 외에 녹색당 여러분들, 초행길에 운전하느라 고생하신 강수정 님, 언제나 재미있는 김시권 님, 그 먼 밀양에서 오신 김영신 님, 페친 김재진 님……
그 외에 두물머리에서 만난 모든 사람, 사람들……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또 눈물이 나네요.

윤병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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