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 김용길 기자

4살인 은이는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초등2인 언니 영과 주말이면 까사미아에 놀러옵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까사미아에서 놀다가 문을 닫을 시간에 갑니다.

언니 영은 큘로 아저씨를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까사미아에 오는 순간 큘로 아저씨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한 순간이라도 아저씨가 시야에 사라지면 어찌할 바를 몰라 여기저기 찾아 나섭니다.

한창 엄마 품에서 놀아야 할 은과 영. 가정 사정으로 인해 엄마가 멀리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영은 무척 사람 품을 그리워합니다. 큘로 아저씨가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안아 달라고 조르고 무릎에 덥석 앉습니다.

이에 비해 은이는 독립심이 강합니다. 한 번은 스파게티를 먹는 데 언니와 큘라 아줌마가 곁에서 도와주려고 하자 “앙~!”하며 울었습니다. 혼자 먹을 수 있는데 그 마음을 몰라준 언니, 아줌마에게 화났던 것입니다. 은의 반응에 화들짝 놀란 아줌마가 “미안해!”하며 정중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은이는 한창 말을 배우는 나이라 아저씨와 아줌마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상상력도 풍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총 동원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 김용길 기자

낮잠 자는 것에 습관이 되어서 오후 2~3시경에 공부방에서 낮잠을 잡니다. 낮잠을 자려고 할 때는 큘라 아줌마가 옆에서 잠이 들 때까지 한 손으로 은이의 눈을 가려줘야 합니다. 잠잘 때는 엄마가 그리운지 아줌마의 팔을 손으로 만지고 손톱으로 긁기도 합니다. 은이의 그런 행동에 아줌마는 코끝이 찡해집니다.

한 번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잠이 덜 깬 상태로 언니 손을 잡고 까사미아에 왔습니다. 전날 묶어준 고무줄이 머리카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우선 머리카락을 다시 묶어주고 세숫대야를 가지고 나와 얼굴을 씻어주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어린 시절 엄마가 마당에서 제 얼굴을 씻어주던 기억이 났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얼굴을 씻는 아이의 환한 모습을 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웠습니다.

자매는 여름방학 동안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집에 가서 한 달가량 지내다 왔습니다. 할머니가 해주신 맛난 밥을 먹어서 은이의 얼굴에 살이 많이 올랐습니다. 조부모의 응석에 익숙해진 탓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면 금방 삐집니다. 삐침이 3분도 안 가서 풀어져 ‘헤헤’ 거리며 얼굴에 한 아름 미소를 보이며 다가옵니다. 그 모습 자체가 보석인 아이의 미소에 큘라 아줌마의 마음은 하루 종일 풍요롭습니다.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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