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순교자 현양 동산 (강화도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원 內) ⓒ 박홍기


흙밥

-박춘식

하늘나라 여행 - 천사의 미소 따라 큰 전시실 들어선다 - 수많은 순교자들이 목숨 바치기 전 마지막 밥을 보여주는 곳 - 빵 수프 채소 과일 국수 달걀 메뚜기 우유 등등 여러 가지 있었다 - 천사는 특별실로 안내하더니 흙가루를 보여주었다 - 이게 무슨 음식입니까 - 한반도 해미 순교자들의 마지막 식사라고 하는데 - 이럴 수가 - 어떻게 흙을 먹었느냐고 여쭈었다 - 커다란 구덩이에 생매장되어 흙을 먹으면서 예수마리아 부르고 흙가루로 숨을 쉬며 예수마리아만 찾았습니다 - 순간 해미의 흙 앞에서 나의 두 무릎이 힘없이 꺾이고 관절은 가루가 되었다 - 꿈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와서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식탁 위 밥알을 뚫어지게 본다
흙에서 나온 김치 콩나물 반찬 된장국 찬찬히 바라본다
이 음식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며
흙덩어리 내가 흙밥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흙덩어리 내가 흙밥을 먹으면 무엇이 될까 그때
순교의 찬가 그윽하게 들린다
흙밥을 먹으면서 — 예수마리아
국물로 모래흙을 넘기면서 — 예수마리아
흙알갱이 삼키며 흑흑대는 마지막 — 예 수 마 리 아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2년 9월)

순교는 며칠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의 고통과 희생이 순교의 바탕을 만들어주고, 꾸준한 기도로 순교의 열정을 키우면서 항상 주님과 함께 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작은 일에서도 순교정신을 실천한다면 9월은 가장 위대한 힘으로 우리 삶을 빛나게 할 것입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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